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위한 적극적인 ODA를 전개해왔어요.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매년 원화로 3조 ~ 7조원 가량의 개발원조자금이 아프가니스탄의 농업, 산업 인프라 육성, 치안,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입되었어요. 한국도 꾸준히 아프가니스탄에 ODA를 제공해왔죠. 이는 하드 파워로 탈레반 세력을 축출하여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소프트 파워로 아프간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였어요. 하지만 하드 파워로 통제하지 못한 탈레반의 끊임없는 게릴라 공격은 전장과 전장이 아닌 곳의 경계를 없애버렸고, 이는 교육과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사회복구와 인간의 역량 강화를 방해했죠. 예를 들어 탈레반의 공격이 없는 비교적 평화로운 지역이라고 평가한 지역에 ODA 자금으로 학교를 세웠으나 어느 날 느닷없이 탈레반이 게릴라 공격을 가하여 학교를 없애버린다면 이 학교에서 더 이상 교육을 할 수 없게 되고, 투입된 ODA 자금은 증발해버리는데요. 아프간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이 20년 가까이 반복되었던 것이죠. 끝끝내 안전이 보장되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토대 역량이 전혀 개발되지 못했고, 이는 시민사회의 약화와 민주 정부의 무능함으로 연결되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치앤칩스 44호 피드백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