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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앤칩스 47호가 발간된 후 구독자분께서 해외의 녹색직업 사례도 알고 싶다는 코멘트를 주셨는데요. 이번호에서는 해외의 녹색직업 사례를,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김치앤칩스 51호에서는 제76차 UN총회에서 한-중-미 3개국 정상들의 메시지를 분석해보았어요. 제76차 UN총회에서 많은 이목을 끈 대목은 탄소중립이었고, 중국의 메시지는 파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없었죠. 왜냐하면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중국은 미국에 비해 40년, 유럽은 70년을 앞서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분석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면서 탄소 배출량이 높은 국가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던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한 모범사례로 남을 수도 있어요.

심지어 11월 11일 ‘기후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해서 기후변화 의제에서 중국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어요.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99% 확실시 된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의 2060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해석돼요. 그렇다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지우고, 녹색국가로 변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우리 대륙도 푸르게 푸르게

9대 전략적 신흥산업 및 세부분야(출처: KOTRA)

이를 위해 1차 에너지(Primary Energy)의 비중을 석탄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국이 마주한 도전과제 중 하나예요.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총 에너지 소비량 중 58%를 석탄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요. 신재생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5%에 불과해요.

전력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원을 살펴보면 중국의 석탄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어요. EI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전력생산에 투입된 자원 중 석탄비중이 월등하게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석탄을 활용해서 전력을 생산해야 하니, 당연히 전력생산 설비시설 용량도 화석연료 발전설비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중국 전력 생산 설비 용량(2018년) (출처: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태양광 풍력 글로벌 NO.1은 중국이야!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던 이유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 글로벌 NO.1이기 때문이에요. 미래에셋대우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설비용량은 전 세계 34%(풍력), 35%(태양광)를 차지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중국, 미국, 인도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어요. 심지어 세계 10대 태양광 기업 중 8개 이상이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어요.

여전히 중국의 에너지 생산량 비중에서 석탄의 비중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은 석탄의 비중을 낮추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중을 높이려고 할거예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의 ‘2021년 에너지업무 지도의견(2021年能源工作指导意见)’ 분석을 통해 중국의 2021년 에너지 소비 중 석탄 비중은 56% 감소,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과 태양광 비중을 11% 상향(2020년은 9%), 2025년까지 16.5%를 달성할 것을 제시했다고 분석했어요. 개인적으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이 목표는 각 시기에 맞추어 달성 혹은 근접한 수치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해요. 그 이유는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실행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국가 에너지 정책은 3단계로 분류할 수 있어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1단계’, ‘정책의 철학, 목표, 방향을 구체화하는 2단계’, 마지막으로 ‘지방정부 단위로 정책을 수립 및 수행하는 3단계’인데요(H. Yi., Y. Liu 2015). 이 구조는 중국의 중앙정부가 제시한 정책과 원칙, 방향을 각 지방정부들이 각자의 권한과 재량을 활용해서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요. 어쩌면 중국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수행구조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선진국들에 비해서 짧은 시간 안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3단계로 구성된 정책수행 구조는 정책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정리하면 중국이 석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발표했고,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며, 중국의 에너지 분야 직업구조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그러면 중국의 녹색직업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중국의 녹색직업과 녹색산업 사례 – 태양광과 풍력

중국의 녹색직업을 이해하려면 국제기구에서 정의한 녹색직업과 중국이 생각하는 녹색직업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해요. 국제노동기구(ILO)는 녹색직업을 ‘환경에 관련된 산업에 고용된 근로자들이 환경 관련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및 제공하며, 모든 공정과정은 친환경적이어야 하며, 천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즉,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고, 제공하는 일자리를 ‘녹색직업’으로 정의하는 것이죠.

중국 노동연구원(Institute for Labor Studies)이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직업을 ‘경제활동이 가능하며, 환경을 더욱 개선하고, 보다 환경 친화적인 직업이 녹색직업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나아가 정책적으로는 “중국의 녹색직업은 사회적 통념상 산업체, 전문 기관, 기업 등에 근로하는 근로자들이 적은 양의 자원을 소모하면서 높은 생산량을 유지하고, 적게 소비함으로써 배출량을 낮추는 동시에 재활용이 잘 이루어지며,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친환경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중국 발전 전략에 기조를 두고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결국 녹색직업은 학술적 관점과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직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중국 입장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산업분야와 일자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산업이에요. 그리고 이 산업들을 통해서 중국의 녹색 직업이 탄생하죠.

중국의 상위 10개 녹색직업과 녹색 산업체 현황(2013년) (출처: H. Yi., Y. Liu. (2015) p.14 *저자 재구성)

또한, 지역별로 분류하면 장쑤성이 16만개 이상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광둥성이 7만 6천개, 허베이성이 5만 5천개 이상의 녹색직업을 창출하면서 중국의 녹색직업과 산업을 주도하고 있어요.

녹색직업 상위 10개 도시(2013년 기준) (출처: H. Yi., Y. Liu. (2015) p.14 *저자 재구성)

중국의 각 도시들이 녹색산업과 직업을 육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던 ‘신재생 에너지 정책 수행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중앙정부가 수립한 정책 목표는 각 지방정부(성)에게 전달되고, 각 지방정부는 각자의 권한을 활용해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죠. 또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활용해 지역별로 신재생 에너지 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앞으로 중국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의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만큼 자국의 태양광과 풍력산업 및 미래 유망 산업인 ‘전기 자동차’도 육성할 것으로 예상돼요.

기존 산업과 직업의 변화에서 탄생하는 ‘녹색직업’

결론을 말하자면 녹색직업은 전혀 새로운 직업이 아니에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삶을 지탱해오던 산업과 직업이 환경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녹색직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무엇이 녹색직업으로 분류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의 의제 주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부터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분야 산업구조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화력 발전소에 근무하던 기존 인력들의 실업문제, 재직자 훈련, 신규인력 고용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탄소중립의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로써 발전산업 분야의 고용 이슈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점 중에 하나에요. 왜냐하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외쳤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산업구조와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구조조정에서 나타날 문제들은 중국이 마주한 또 다른 도전과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에너지 분야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고용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탄소중립은 더 나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로 인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해요. 전문 용어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하죠.

부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보다, 모두가 공평하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으로 녹색직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품위 있는 일자리로써 ‘녹색직업’을 정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보고서 및 논문

박용대. (2021). 중국 신재생에너지(비중확대) 구조적 성장에서 찾는 투자기회. 서울: 미래에셋대우

Hongtao Yi., Yuan Liu. (2015). “Green economy in China: Regional variations and policy drivers.” Global Environmental Change 31, 11-19

Institute for Labor Studies, Ministry of Human Resources and Social Security. (2010). Study on Green Employment in China. Beijing: Institute for Labor Studies, Ministry of Human Resources and Social Security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ILO). (2015). Anticipating skill needs for green jobs A practical guide. Geneva: ILO

웹사이트

뉴스핌. (2020.12.18) “[GAM]12월 글로벌 자금이 쓸어 담는 종목, '중국 태양광 테마주'” 출처: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01215000045

최재희. (2021.5.7) “[동향세미나] 2021년 중국의 에너지정책 추진 방향” 출처: https://www.emerics.org:446/issueInfoView.es?article_id=42129&mid=a20200000000&board_id=21

BBC. (2021.8.9) “기후변화: 중국 기후정책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출처: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8143402

Bloomberg. (2021.8.11) “How China Plans to Become Carbon-Neutral by 2060”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8-10/how-china-plans-to-become-carbon-neutral-by-2060-quicktake

KOTRA 해외뉴스 (2021.9.1) “2021년 중국 산업 개관”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784/globalBbsDataView.do?setIdx=403&dataIdx=190424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2020.8) “China” https://www.eia.gov/international/analysis/country/C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