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한국 ODA 성과에 열광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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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2년의 첫 기획기사는 한국 ODA 성과라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2021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업계는 굉장히 핫한 뉴스들로 가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UNCTAD는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했어요. 게다가 아이돌 그룹 BTS는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UN총회 참석과 연설도 했죠. 블랙핑크도 BTS와 함께 제76차 UN총회 참석하고 에스파는 UN의 날 기념 행사에서 공연을 했어요.

2022년 1월 기준 아이돌 인기 차트에서 탑5에 있는 BTS의 UN총회 연설과 Permission to Dance 공연과 에스파의 UN의 날 축하공연은 UN이 선정한 Top Ten Videos of 2021에 선정되었어요. 심지어 BTS의 UN총회 연설 생중계를 100만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접속하여 연설을 들을 만큼 BTS는 아이돌 그룹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는 2021년은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큰 성과를 이룬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했었습니다. 이 성과는 요즘 한류 콘텐츠(예: 오징어 게임, DP 등)들이 이룬 성과만큼 의미가 있으며, 소위 ‘국뽕’을 차오르게 해줄 수 있는 거대한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BTS의 대통령 특별사절과 UN총회 연설과 퍼포먼스 외에, 에스파의 UN의 날 기념행사 공연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정상에 반열의 오른 BTS와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에스파의 공연은 국제개발협력과 ODA를 일반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오징어 게임과 같은 드라마에 비해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업계가 이룬 성과에 열광하지 못했을까요?

한국의 OOO경험이 가지는 한계

우리가 한국의 국제개발협력과 ODA가 이룬 성과에 열광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해하려면 한국 ODA의 특수한 조건을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ODA 역사는 다른 ODA 선진국에 비하여 짧은 편에 속하고, 경험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동안 학계, 시민사회는 한국 ODA의 철학과 방향성이 부재하다고 지적하고 있죠.

한국 ODA는 위의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조건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반세기 만에 이룬 경제성장과 전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참여했었던 새마을운동의 사례를 개발도상국에게 전파했습니다. 최근에는 UNCTAD의 선진국 격상이라는 성과까지 추가되어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국가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ODA의 특징은 “야, 너두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6.25 전쟁이라는 폐허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압축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낸 사례는 흔하지 않죠. 게다가 가속화된 기술발전으로 인해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차가 점점 넓어지는 환경에서 한국의 발전경험 전파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홍보 수단으로 간주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비록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의 발전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만의 특수성을 그들의 상황에 맞추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적절한지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국 정부가 강조해온 한국의 발전경험과 성과는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그 성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ODA 사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통한 정당성과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수원국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우리나라처럼 도움이 필요한 나라와 사람들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ODA 제공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ODA 사업을 통해서 얻은 성과보다 한류 콘텐츠들의 성공을 통해서 얻는 자부심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튜버 백수골방은 “한국 문화의 전성기는 정말로 계속될 수 있을까?”를 통해서 한류 콘텐츠의 성공을 통해서 우리가 국뽕을 느끼게 되는 이유를 “한국은 우리들만의 문화 자산인 ‘특수한 텍스트’를 다룰 때에도 해외 시청자들이 함께 이해할 수 있을만한 보편적인 형식과 문법, 즉 ‘보편의 콘텍스트’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놓기 때문에 지금처럼 더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소비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말에서 ‘우리들만의 문화 자산인 특수한 텍스트’와 ‘보편의 콘텍스트’에 주목해야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서 화제가 된 드라마로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드라마는 조선시대의 좀비를 소재로 한 킹덤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골목놀이를 소재로 한 오징어 게임이 킹덤이 쌓아 올린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죠.

킹덤과 오징어 게임의 공통점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완성된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이 드라마들을 보았을 때 킹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쓰고 있는 갓과 농기구 호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죠. 마찬가지로 오징어 게임에서 등장하는 달고나도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켰어요.

이 현상이 가능하게 했던 것은 킹덤의 갓과 호미,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내용을 전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외국 시청자들의 시각과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만의 관점에서만 드라마를 제작했다면 킹덤과 오징어 게임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만 재미있는 콘텐츠로 남았을 겁니다.

굳이 제가 ODA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킹덤과 오징어 게임의 사례를 가져온 것은 ‘우리들만의 문화 자산인 특수한 텍스트’와 ‘보편의 콘텍스트’를 통해 한국의 ODA 전략을 살펴보기 위함 입니다. 한국 ODA는 '우리들만의 자산인 특수한 텍스트(예: 한국의 발전경험)’는 가지고 있지만, ‘보편의 콘텍스트’가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보편적인 콘텍스트’를 활용해서 개발도상국들에게 ODA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파리선언을 통해서 5개의 원칙을 수립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제3원칙 ‘원조 조화’를 통해서 공여국과 수원국이 서로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원조를 제공하라고 강조합니다.

출처: ODA코리아

2021년은 한국 ODA의 의외성을 발견한 시기

이런 맥락에서, 2021년은 한국 ODA의 의외성을 발견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비대면 국제협력의 시대에서 한국 ODA는 의외성을 운 좋게 활용한 사례(BTS와 에스파)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ODA는 외교의 영역으로서 보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장과 격식을 맞춘 의전, 양 국가 혹은 국제기구와 수차례의 협의를 통해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완성된 성명을 발표하거나 MOU를 체결하는 것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ODA의 모습이었습니다.

BTS는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한 Love Your Self 캠페인을 통해서 국제개발협력과 ODA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라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만드는 변화도 보여주었죠. 예를 들면, BTS의 유니세프 캠페인을 통해 4년 동안 기부금 43억원을 달성하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었죠. 마찬가지로 UN 창설을 기념하는 중요한 행사에 국내 정상급 아이돌의 축하공연은 ODA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현상은 지금까지 한국 ODA 전략이 가질 수 없었던 ‘보편적인 콘텍스트’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어요. 왜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BTS의 UN총회 연설 생중계를 보았을까요? BTS가 노래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가 만든 ‘보편적인 콘텍스트’에 공감한 사람들이 BTS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UN총회에서 전달한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죠.

나 때는 말이야..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ODA가 고수한 전략은 ‘나 때는 말이야’식의 전략이었습니다. ‘나 때는 새마을운동한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고 했어!’, ‘나 때는 내 생활보다 나라를 위해서 일했어!’ 등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ODA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ODA 제공에 대한 반대여론이 13% 이상(2011년 대비) 증가하였습니다. ODA 제공 반대 비율이 증가한 것에 대하여 정부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ODA 제공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이유가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BTS의 대통령 특사, 에스파의 UN의 날 기념 공연 등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대와 인종, 국가를 넘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통해서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맞추어 국제개발협력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경험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한국의 경험 속에서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 줄 요약

참고문헌

권율, 박수경, 이주영. (2021). ODA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및 국제 비교.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은미. (2011). “한국 ODA에 대한 국민인지 제고 전략.” 국제개발협력 2011(1) 97-112

김은주, 윤수재, 윤건, 김경우, 이은종, 김황열, 송홍. (2019). 2019년 ODA 국민인식조사. 서울: 한국행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