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공적인사적모임과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개발협력 생태계 특별위원회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자리 생태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실무자들이 단기 계약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법과 제도, 지원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공적인사적모임은 현장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연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회와 함께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 공론장을 열어 문제와 해결책을 구체화 하려 합니다. 본 협력활동은 2026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연이은 공론장, 연구, 정책제안 등을 통해 더 많은 논의와 실천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본 특별호는 이러한 협력활동의 일환으로 발행된 연구보고서의 일부이며, 보고서 전문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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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쓰는 PMC 제안서 어느 기관에서 선정되나요?
by 까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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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년 상반기만 되면 제안서 작성에 키보드를 불태우는 여러분과 같은 누군가, 까불이입니다. 지난 기획기사에서 레아님이 ‘일자리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에 대해 언급해 주셨는데요.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PMC (Program/Project Management Consultant) 조달시장’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밤새워 데이터를 정리하고, 기관 내부 검토를 거치고, 또 수정을 반복하다가 어느새 새벽 두세 시가 훌쩍 지나 있는 날이 많습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제출한 제안서가 ‘미선정’이라는 한 줄의 결과로 돌아올 때의 허탈함—아마 많은 분들이 겪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 허탈감의 정체는 단순히 경쟁이 치열해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가 아닙니다. 더 깊은 층위에는 국제개발협력 PMC 조달시장이 지닌 구조적 편중, 반복되는 선정 패턴, 그리고 진입 문턱의 비대칭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 속에서 소규모 조직은 도대체 어떻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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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확장된 시장, 그러나 '누가' 가져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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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가입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재원을 크게 확장하며 주요 공여국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PMC 사업도 함께 커졌습니다. PMC는 사업 전체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사업관리형 용역’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조달시장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커진 시장을 ‘누가’ 가져가고 있느냐입니다.
KOICA 전자조달시스템에서 지난 3년간 발주된 PMC를 분석한 결과, 대형 민간 컨설팅사, 대학 산학협력단, 일부 공공·연구기관이 대부분의 사업을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민간기업은 해마다 전체 낙찰 건수의 40~50%를 차지하며 금액 비중도 35~40% 내외를 유지해 가장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죠. 디지털 ODA와 기술 분야 확장 흐름 속에서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입지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소규모 기관·신생 조직·지역 기반 단체는 통계상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며, 수주 경험이 없는 기관은 첫 번째 프로젝트로 접근할 길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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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ICA 전자 조달시스템 – 입찰 결과 / *저자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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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시장 편중이 왜 문제인가: 구조적 진입 장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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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 편중은 얼핏 보면 단순히 “경쟁이 치열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소규모 단체가 애초에 시장에 들어서기조차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 촘촘히 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PMC 입찰 단계에서 요구되는 재무 건전성, 최근 3년간 실적, 전담 인력 보유 요건 등은 대규모 기관에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소규모 단체나 사회적기업·NGO는 이러한 형식 요건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계약 전·중·후로 이어지는 이행보증금, 선급금 반환보증, 하자보수보증금 등 복수의 보증 제도는 자본 기반이 약한 기관에게 그 자체가 진입 포기를 의미하는 장벽이 됩니다.
조직 역량에서도 격차는 뚜렷합니다. PMC는 기획·운영·평가·정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회계·법무·행정 체계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문 인력이 필수적입니다. 대학 산학협력단이나 대기업은 각 사업에 맞춰 교수진과 연구자를 빠르게 구성하고, 실적을 조직 차원에서 누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소규모 단체는 인력도 시스템도 부족해 프로젝트 수행 체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컨소시엄 참여가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대형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준비된 자만 들어올 수 있고, 들어온 자만 계속 준비될 수 있는’ 순환 구조로 굳어집니다.
정보 접근성 역시 큰 장벽입니다. KOICA 전자조달시스템과 홈페이지에 모든 공고가 게시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정보 접근은 대형 기관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공고 기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긴급’ 공고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제안요청서의 기술적·법적 문구는 경험 없는 단체에겐 해석만으로도 큰 부담입니다. 사전설명회·질의응답에서 제공되는 정보 역시 소규모 기관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OECD가 중소기업(SME)의 조달시장 접근성을 위해 절차 간소화, 재정 요건 완화, 정보 접근성 강화를 권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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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파트너 경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절차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이미 입찰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기관 중 상당수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조달시장은 본질적으로 절차가 복잡하고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소규모 기관이 진입 과정에서 제도적 요건·재정 부담·정보 부족 등 비슷한 제약을 겪는 것은 국제적 공통 현상입니다.
결국 이 모든 장벽이 맞물리면 하나의 결론이 나옵니다. 경험이 있어야 진입할 수 있고, 진입해야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 이 순환은 대형 기관의 수주 고착화를 강화하고, 소규모 단체는 끊임없이 문밖에서 두드리다 지쳐 이탈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특정 기관에게만 열려 있는 조달시장의 본질적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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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다양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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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시장의 편중은 단지 수주 기회가 특정 기관에 집중된다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는 새로운 조직이 성장할 기회를 제한할 뿐 아니라, 청년·신규 전문가·현지 파트너 등 다양한 인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 자체를 좁혀 버립니다. 그 결과 경험과 기회는 특정 기관에만 반복적으로 배정되고, 사업 수행 방식 또한 획일화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개발협력의 본질적 가치와도 멀어지게 합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순간 주체별 경쟁력과 혁신 가능성도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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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국제기구와 일부 공여국들은 이미 소규모·현지 단체의 PMC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현지 조직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 간소화된 제안서 양식, 입찰 과정의 투명성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신규 파트너를 위한 교육과 도구·지원 체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제도들은 단순히 저변을 넓히기 위한 참여 유도가 아니라, 생태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한국 개발협력 역시 이러한 모델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소규모 단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단지 작은 조직을 돕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의 혁신·다양성·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적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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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소규모 단체가 PMC에 진입할 수 있도록 참여 장벽을 낮추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입찰 정보 접근성 강화, 소규모 단체가 도전할 수 있는 간소화된 PMC 유형 도입, 제안서와 사업비 구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제공 등이 그 출발점입니다. 또한 지역 NGO·사회적기업·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층적 PMC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대형–중견–소규모 기관이 모두 역할을 가질 수 있게 구조를 재설계한다면, 생태계 자체의 역동성이 커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행기관의 인재육성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PMC 경험이 특정 기관 내부에서만 순환되는 폐쇄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기관 차원의 인적투자 확대와 파트너십 확장, 신규 인력의 순환적 성장 경로를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되어야 소규모 조직도 단순히 ‘경쟁에서 밀리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역량을 축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형 기관의 책임 있는 인재육성과 소규모 조직의 역량 성장 기회가 함께 보장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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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은 단순한 ‘사업 수행 시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가치와 지식, 사람과 국가가 얽혀 있는 복합적 생태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의 확장성과 주체의 다양성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의 PMC 시장 구조는 이 중요한 원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구조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 연구를 포함해 공적인사적모임이 진행한 생태계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12월 11일 국제개발협력학회 동계학술대회를 기점으로 발행되는 연구보고서와, 향후 김칩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건강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의견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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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 KOICA PMC 조달시장은 대형 기관 중심으로 구조적 편중이 고착화되어 있으며
소규모·신규 단체의 진입이 매우 어려워요.
#2. 이 편중은 단체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 제도 설계, 인력·시스템 요건 등 ‘구조적 장벽’에서 비롯돼요.
#3. 포용적 조달시장 설계와 소규모 단체 지원을 통해 다층적 생태계가 구축되면
한국 ODA는 더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할 뿐 아니라,
청년·전문가·현지 파트너의 일자리 기회도 함께 넓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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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호는 KOICA ODA 학술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한 일자리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 중 '국제개발협력 PMC 조달시장이 지닌 구조적 편중'에 관한 일부 내용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해당 주제에 관련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적 있다면 공사모 오픈 카톡방으로 들어오셔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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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자미테이블] 🌏디카본커피 첫 아시아 라인, ‘디카본커피 인도네시아’ 출시! (~12/14 펀딩 진행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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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 지역에서 생산된 디카본커피의 첫 아시아 라인을 와디즈에서 공개합니다. 이번 ‘디카본커피 인도네시아’는 커피를 통해 여성 농부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아시아 최초 여성 협동조합 ‘코코와가요(Kokowagayo)’와 협력해 탄생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키자미테이블은 현재 산지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조합의 시설물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확인했지만, 조합원 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디카본커피 인도네시아’의 수익금 전액은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지에 전달하여 피해 복구와 지속적인 커피 생산을 위한 지원에 사용하려 합니다. 커피를 통해 생산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디카본커피 인도네시아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펀딩기간 | 12.1.(월) ~ 12.14.(일) 🚚 전 제품 무료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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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를 읽으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혹은 궁금한 점을 말씀해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은 김칩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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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칩을 만드는 사람들
핑키🌺 러에포🌿 세종시 고라니🦌 짠망🐯
피카츄💫 까불이🍦 스텔라🐌 마샬🌊
라빈🐻 어겐🐳 커먼프릭👀 홍박이🌝
루시🧚🏼 메텔🌌 나음⛵ 레아🍑 위스키🥃
개발새발🍺 땅별빛🌙 타시🍀 해리⚡
벨 🎀 니아💡 쪼꼬🥨 지브리🍄 오트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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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칩
0044mo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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