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순환경제 A to Z: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가?
• NGO는 아니지만 국제개발협력합니다/ 2화: 주영
• 국제개발협력 ON-AIR 
• 나의 문화 답사기/ [인터뷰]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말하는 세계화의 폐해

벌써 2022년 대사(大事)였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이 가려졌습니다. 이번 선거는 특히나 2030세대가 많은 관심을 보였던 선거라고 해요. 더불어, 국제사회에 발 맞추어 국내에서도 환경이슈가 중요하게 떠오르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환경 공약에 대한 검증과 함께, 선거 자체에 대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선거 후 발생하는 ‘쓰레기 대란’이 대표적이죠.

SBS에 따르면, 이번 홍보물인 공보와 벽보를 쌓을 때, 평균 종이 두께 0.1mm로 계산해보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규모일 거라고 해요! 코로나로 인해 투표 시 일회용 장갑도 쓰인다면, 롯데타워 2.3개의 높이로 쌓일 거라고 예측했어요.

20대 대선 홍보물 높이 예측, 이미지

(출처: SBS)

환경과 기후위기 이슈가 떠오르면서, 쓰레기, 즉 ‘폐기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당장 이러한 폐기물들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제로 웨이스트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계속 발생할 폐기물들을 잘 처리하는 것도 환경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미 발생하거나 발생할 쓰레기들을 최대한 재사용 및 재활용, 처리하자는 개념의 확장, 즉, ‘선형경제(linear economy)’에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죠.

순환경제와 선형경제의 비교

(출처: KOTRA)

2019년 이전까지 만해도 이 순환경제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가 없었는데요. 2019년 UN 환경위원회(UN Environment Assembly)에서 순환경제는 경제 시스템의 한 모델로 정의했습니다. 제품을 제조하여 사용 후 폐기하는 선형 경제와 달리, 제품의 제조, 사용 및 폐기단계에서 이차 폐기물을 제로화한다는 점에서 순환경제는 제품의 전 생애 주기(Life Circle)에 잠재해 있는 제품의 재활용성을 극대화해 가능한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경제방식입니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한다면, 사회에 더 적은 양의 자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적은 폐기물이 발생되며, 무엇보다도 대기 온도 상승을 가속화하는 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의 발생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요.

UNFCCC는 특히 파리기후협약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했는데요. 순환경제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삶과 자원 관리를 지향하여, SDG 6(식수), 7(에너지), 8(경제성장), 11(지속가능도시), 12(지속가능소비와 생산), 13(기후변화), 14(해양생태계), 15(육상생태계)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순환경제가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이런 경제 시스템이 도대체 나의 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요? 그래서 대신 고민해본 오늘의 뉴스! “순환경제, 뭘 어떻게 해야 해?”, “순환경제면 무조건 다 좋은건가?”, “어떻게 순환경제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이런 궁금증에 대해 함께 살펴볼까요?

#순환경제 #기업 #정부의 변화로부터?

한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5대 탄소저감 전략방안을 마련하였는데요. 이 중 4번째 전략이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혁신 촉진입니다. 순환경제가 아무래도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커보이기도 합니다. 순환경제를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을 순환성있게 생산하고, 정부가 이를 적절히 지원 및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기업들이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업은 윤리경영 확대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업사이클링 산업과 공유경제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에요. 순환경제를 위한 기업의 시도는 사실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어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순환경제 기업의 예로는, 당근 마켓과 같은 동네 중고거래 앱, 따릉이∙라임 등과 같은 공유 대여 서비스부터, 버려진 우산 천을 업사이클해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큐클리프, 편의점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 해 재배한 포도와 배를 판매하는 GS더프레시, 서울환경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플라스틱 방앗간의 경우도 있죠.

미국의 경우에는 가구 폐기물이 1천 5백만톤이 배출되는 문제에서 시작된 중고가구 보수 및 재활용 온라인 마켓인 카이요(Kaiyo), 공유 자동차 앱 집카(Zipcar), 디자이너 옷 렌탈 서비스(Rent Runway) 등 미국 국내 시장에 맞는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요.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폐기물로 만든 벽돌 제조기업(Gjenge Maker)이 매일 500kg의 폐기물을 재활용해 1,500개의 플라스틱 벽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를 제품으로 바꾸고 있는 이 기업의 젊은 대표인 Nzambi Matee는 2020년 케냐 쓰레기 문제와 소비자의 수요를 매칭함으로써 UN Champion of the Earth award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케냐 벽돌제조기업 대표 Nzambi Matee

(출처: UNEP)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순환경제 정책을 리드하고 있는 EU의 경우, 2020년 순환경제 액션플랜을 마련하여, 유럽을 첫 기후중립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유럽그린딜의 초석을 닦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대표적으로 르완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가 아프리카 순환경제 연합체(African Circular Economy Alliance)를 설립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순환경제 확산에 기여하고자 순환경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 리더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마련하였으며, 환경성적표지 인증제도를 운영하여 생산∙유통∙재활용 등 전과정의 폐기물 감량 및 순환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럼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순환경제는 기업이 바꾸고 정부가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기업은 ‘순환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기반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소비자의 수요와 요구가 기업을 움직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죠. 소비자는 소비자로서 권리(알 권리, 수리 받을 권리 등)의 보장을 요구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 참여, 불필요한 자원 낭비 줄이기 등 순환 소비 문화를 확산함으로써 순환경제에 기여할 수 있어요.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

(출처: GIZ)

#순환경제 = 만사형통?

위의 사례와 같이 경제구조를 순환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폐기물이 제품이 되기도 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할 것 없이 순환경제가 사실 돈을 불러오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고부가가치 폐기물 소유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순환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2040년까지 1,800만개의 순환경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죠.

그러나, 순환경제로의 전환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순환경제와 녹색성장으로 창출될 일자리는 결국 기존의 전통적인 에너지사업(석유, 석탄채굴) 등에서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라는 시각(1,800만개 새로운 일자리, 100만개 사라질 일자리)도 있어요.

또, 궁극적인 자원 소비 감축을 위한 재활용이 아닌, 재활용 자체를 목표화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일으킬 수 있어요. 그린워싱과 유사하게 순환경제를 내세우며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죠. 새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품을 사용하도록 소비자를 유도함으로써 새 제품을 소비하는데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사회인식적 문제도 등장할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 순환경제로의 전환 자체가 새 제품 소비에 대한 소비 자체를 줄이지 못할 수도 있다(Jevons Paradox)는 시각도 있죠.

그러나, 순환경제는 무작정 재활용만 하면 장땡이 아니에요. 첫 단추부터 잘 꿰자는 말처럼,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불필요한 폐기물은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생명주기가 다다른 생산품들을 올바르게 재사용 및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순환경제의 진정한 목적을 말이죠. 그러나 순환경제를 잘못 이해하고 순환 경제의 목적을 경제성에만 둔다면, 정말 필요한 순환경제 시스템은 영원히 구축되지 못할 거예요.

우려의 목소리를 협력의 목소리를 바꾸고, 공동의 합의된 목표를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더욱 적절한 연구와 영향평가모델 등의 과학적 증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기후위기대응과 탄소중립달성을 위해 중요한 변화라는 공통된 인식은 조금씩 세워지고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순환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함께 순환경제를 위한 기업의, 국가의, 시민의 지속가능한 시도의 효과성이 정확히 측정되어, 올바른 방향의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어요.

#순환경제 너! 우리 얼마나 가까워졌니?

순환경제 싱크탱크인 CGRi(Circularity Gap Reporting Initiative)는 매년 7가지 분야(운송, 주거, 통신, 보건, 서비스, 소비재, 식품)의 글로벌 순환율을 사용된 전체 원료(material) 대비 회수된 원료의 비율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서 순환성 격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당시 세계 순환성은 9.1%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9년 순환경제의 공식적 정의도 맞췄고, 각국의 탄소중립 과제에 순환경제가 포함되는 등 순환경제가 더욱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글로벌 순환율은 8.6%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2021년 글로벌 원료 순환 흐름

(출처: CGRi)

이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매우 복잡해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는 순환경제는 여타 다른 개발 목표와 같이 무엇보다도 많은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와 협력이 기반이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순환경제를 강조했어요. 오늘 글에서 소개드린 공유서비스, 업사이클링, 녹색 교통, 자원순환 모델들이 해당되죠. 그는 “성장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는 것이 이 시대 진정한 경제학적 질문”이라고 했는데요.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