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33🍟 이혼은 위기가 아니다.

2021. 6. 1.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33 - 2021년 6월 첫째 주

💬오늘의 김치앤칩스

이슈 풀어봤's UP/ 이혼은 위기가 아니다.
국제개발협력 ON-AIR
나의 문화 답사기/ NPO 도구상점

이혼은 위기가 아니다.

by 라이언한

365억 달러(약 39조원), 17억 달러(약 1조 9천억), 4억 2500만 달러(4,761억). 돈의 규모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이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세계 부자들의 이혼 위자료입니다.

뜬금 없이 왜 위자료 이야기를 하냐구요? 바로 이번 김치앤칩스 33호에서 다룰 인물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1위의 타이틀을 유지했던 사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의 운영체계(OS)를 만든 사람(맥북 제외).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민간인’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사람! 바로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이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빌 게이츠’입니다.

출처: BBC

며칠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빌&멀린다 게이츠의 이혼 소식이 보도 되었습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의 이혼 소식은 다른 세계 재벌들의 이혼 소식처럼 가십거리로 취급받고 있는데요. 해외 국제개발협력 전문 뉴스레터 Devex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What the Gates divorce means for development”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말이죠!

해외 국제개발협력 전문 뉴스레터인 Devex는 왜 이 부부의 이혼 소식을 메인으로 보도했을까요? 바로 이 부부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향후 거취와 재단을 통해 진행 중인 국제원조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질병 퇴치, 모자보건 등에 관련된 다양한 국제원조 사업을 수행하는 자선단체의 공동 설립자의 이혼으로 인해 재단 경영과 리더십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Devex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도 오너 리스크가 존재할까요? 그렇다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 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어마무시한 영향력

Devex를 비롯한 해외 언론매체가 인용한 게이츠 재단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공동 설립자이자 재단의 이사로서 지위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the two will remain co-chairs and trustees)”라고 합니다. 이 성명문만 보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오너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을 우려하는 이유는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과 파트너 기관(국제기구 포함)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때문입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발표한 2019년 연차 보고서(Annual Report 2019)에 따르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6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사업분야와 금액 (단위: USD)

출처: Gates Foundation Annual Report 2019(저자 재구성)

이 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사업은 국제개발과 국제보건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전체 예산의 6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무려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국제개발과 국제보건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분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20년 트럼프 前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 탈퇴서를 제출했을 때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WHO의 가장 많은 분담금을 제공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2019년 WHO가 발표한 분담금 비중 상위 20개 국가 및 기관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15.15%(1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10.82%(2위), 영국 및 북아일랜드 8.12%(3위)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미국이 WHO 탈퇴 선언을 철회하지 않았다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WHO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기업인이 설립한 자선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세계 경제 대국에 버금가는 자금력과 국제 보건분야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WHO 분담금 비중 상위 20개 국가 및 기관(2019년 기준)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이를 바탕으로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은 국제 보건원조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만약 두 사람이 이혼 후 외부에 지출되는 예산에 대하여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 국제 보건원조 사업 뿐만 아니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파트너 기관(WHO 포함)이 제공 받는 재정 지원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죠.

흔들리지 않아요. 믿어봐요~

위와 같이 어마무시한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 때문인지, 공동 설립자의 이혼으로 인해 게이츠 재단 경영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급격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습니다. 만약 조직개편이 진행된다면, 현재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집중하는 사업분야와 투입 예산이 조정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의 이혼 이후에도 게이츠 재단의 경영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독립적인 조직 운영입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각 프로그램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R.Kcoh 외 (2018)에 따르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조직과 거버넌스는 핵심 5개 프로그램의 최고 경영자들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공동 설립자의 이혼이라는 리스크가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재단을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조직도

출처: R.Koch 외 (2018), p.3

해외 언론매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일부 자선단체 혹은 NGO들의 기형적인 조직 운영 체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부 자선단체들은 최고 경영자가 경영부터 실무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경영 체계를 가지고 있죠. 이로 인하여, 최고 경영자와 실무자의 역할이 혼재되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엉뚱한 조직 구조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설립자와 사업 관리자의 영역을 구분하여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상징성’입니다. D. Karlan & John A. List(2012)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 기부자들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성명이 포함된 서신을 받았을 때 기부에 참여할 의향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결과의 시사점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라는 조직에 대한 후원자의 신뢰가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 소식과 함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은 ‘공동 설립자 및 이사’로서의 직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자선단체들의 존폐 여부가 설립자의 명성과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공동 설립자들은 이혼과 조직의 경영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후원자들에게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경영은 문제가 없다는 신뢰를 다시 심어준 것이죠.

무엇보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뿐만 아니라 공동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구상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으로 조직을 경영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원문: Inside Bill’s Brain)’에서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미래 에너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법으로써 원자력을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강조하면서 지금보다 더 안전한 원자력 발전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사이드 빌 게이츠> 중 원자력 관련 회의 장면

출처: 인사이드 빌 게이츠

비록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서 보여준 사업 내용은 빌 게이츠가 구상하고 있는 미래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그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기존 사업 분야(보건, 의료)을 넘어서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원조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마주한 문제(예: 보건, 질병, 기후변화 등)를 해결하기 위해서 설립된 재단 공동 설립자의 이혼을 이유로 조직이 급격하게 개편된다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미래 계획은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공식 성명문 발표를 통해 내부와 외부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주어 위기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관계자들은 여러 언론매체들을 통해 보도되는 오너 리스크, 경영에 관련된 위기설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수행 중이고, 수행 예정인 프로젝트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위기가 곧 기회가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지금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게 가장 필요한 말입니다. 언론과 후원자들에게 빌&멀린다 게이츠 공동 설립자의 이혼 소식은 위기로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앞서 말한 공동 설립자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 개인사와 상관 없이 모든 사업들을 순조롭게 운영할 수 있는 자선단체임을 증명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기회입니다.

출처: GIPHY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과 관련해 여러 가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의 부정적인 소식들로 인해 대외적인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실무자들은 재단의 그들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만약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이혼 소식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자금을 쏟아 부은 국제원조 프로젝트들도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슈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구성원들이 더욱 끈끈히 단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이혼 소식이 많은 사람들의 집중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그가 세계 최고의 부자였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기업인이자, 개발도상국의 보건 문제 해결에 힘쓴 자선 사업가로서 보여준 과정과 결과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부의 이혼 소식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이혼 이후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보건 이슈가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그들은 어떤 기회를 찾아낼까요? 앞으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빌 게이츠의 이혼 이유에 대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이혼 이후의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3줄 요약

#1 기업인으로서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큰 영향력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혼은

국제개발협력 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신뢰와 국제 보건 분야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지되었다.

#3 위기는 곧 기회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공동 설립자의 이혼이라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앞으로 기후변화 등 새로운 미래 이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참고문헌

Dean Karlan & John A. List., (2012)., “How Can Bill and Melinda Gates Increase Other People's Donations to Fund Public Goods?”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NBER) Working Paper No.17954

Rachel Koch et al., (2018)., “The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An opportunity to lead innovation in global surgery” Surgery 00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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