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21🍟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탄소국경세 파헤쳐 보기

2021. 3. 9.

vol.21 - 2021년 3월 둘째주

김치앤칩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창 밖은 봄 내음으로 가득한데, 얼마 전 봄을 맞이하는 기쁜 마음을 싹~ 거두는 기사를 접했어요. 바로 기후위기로 본래 4월 5일이었던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한다는 뉴스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기후위기 문제로 시끌시끌한 요즘,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는 뉴스였어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기후위기, 국제통상 분야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어떤 대책을 고려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함께 탄소국경세에 대해서 알아봐요!🌱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탄소국경세

#탄소세 #기후변화

- by 라이언한

본격적으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의 서막이 오르면서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는 용어가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지요. 경영에서 ESG가 화두라면, 국제통상에서는 탄소국경조정체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소위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유럽연합(EU)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EU의 주요 교역국(미국, 중국, 한국)에게 민감한 사항입니다. 왜냐하면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수입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그만큼 EU 주요 수출국들이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적어지기 때문이죠. EU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 중 시행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탄소국경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IMPACT ON. EU,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도입한다" 국내기업 이중부담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EU는 탄소국경세를 강하게 추진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탄소국경세 도입의 배경과 쟁점을 통해 주요 이슈들을 파악해보고자 합니다.

탄소국경세의 정의와 배경

탄소국경세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는 EU의 속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탄소국경세의 정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에 따르면, 국경조정제도는 국내상품과 수입상품 간의 경쟁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역에서 국내 상품과 해외 상품이 서로 같은 기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탄소국경세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 해결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 정책 달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정리하면, 탄소국경세는 수출 물품 생산에 적용되는 환경정책, 규제 등이 서로 상이한 국가들이 생산한 제품의 경쟁기준(예: 가격)을 공정하게 수립하여 각 국가들의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줄어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출처: The Possibilities of Carbon Tax Implementation in indonesia

🙌한 줄 정리🙌

탄소국경세란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게 되는 무역 관세를 뜻합니다.

(출처: 그린피스)

그 중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EU에게 탄소국경세는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로 생각되었을 겁니다. 그 이유는 강력한 환경규제로 인하여 EU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타국의 제품에 비하여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려서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는 탄소국경세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EU 내에서도 탄소국경세 도입은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2008년 7월 EU 환경장관 이사회에서 EU회원국들 간 탄소국경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요. 이 시기를 시발점으로, 프랑스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엄격한 환경규제로 인하여 탄소누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탄소누출 현상이란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가 엄격한 국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당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현상인데요. 이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탄소국경세로 주장한 것입니다. 초기에는 EU회원국과 EU집행위원회마저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하여 부정적이었지만, 현재 EU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까지 도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국경세 도입여부는 “EU 회원국들 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 지도. 초록색은 이미 탄소국경세를 이미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 예정인 국가들이다. (출처. Worldbank)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의 두 가지 쟁점

EU의 탄소국경세의 도입 목적은 두 가지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관련된 정책(예: Green Deal)의 성공적인 이행이며, 둘째는 국제통상 환경에서 EU회원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두 번째 목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쟁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핵심 쟁점을 추려보면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위배 여부와 탄소누출, 무역분쟁의 잠재적 위험요소입니다.

1) GATT의 쟁점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사항으로,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규정의 비차별적 원칙인 제1조 최혜국 원칙과 GATT 제3조의 내국민 대우 원칙을 준수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만약 탄소국경세가 이 원칙들을 준수하지 못하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한 예외적 조항(GATT 제20조)을 적용 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탄소국경세와 관련된 WTO 통상원칙의 핵심쟁점은 GATT 제1조에 근거하여 ‘모든 상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철강, 석유화학, 전지, 자동차 등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들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것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만약 EU에서 탄소 배출량이 높은 상품에 제한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면, GATT 제1조 최혜국대우 원칙의 핵심인 ‘탄소 배출이 높은 상품과 탄소 배출량이 낮은 상품이 동일한 상품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GATT 제1조의 원칙은 수입상품들 간의 어떠한 차별대우도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높은 수입상품(예: 철강, 자동차 등)에 제한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면 WTO 통상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품의 생산과정과 방법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지도 고려할 수 있지만, 탄소처럼 상품 생산과정에서 사용된 재료에 대한 과세 부과여부는 WTO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목적의 이면에는 ‘자국의 산업 경쟁력 보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GATT 제3조의 내국민 대우는 수입국과 수출국이 서로 동등하게 경쟁하고, 수출국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규정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모든 제품에 동등하게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나, 모든 수입품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모든 제품에 동등하게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면, EU회원국 내의 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탄소누출 현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탄소국경세에 GATT 제20조의 일반적 예외조항이 적용된다면 앞에서 논의된 쟁점을 피할 수 있습니다. 탄소국경세가 적용되는 예외조항은 “(b) 인간, 동물 혹은 식물의 생명과 위생에 필요한 조치, (g) 천연자원 보존과 관련된 조치”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예외조항도 WTO의 핵심 원칙인 자유무역을 저해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인정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2) 새로운 무역분쟁의 시작일까?

또한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논쟁의 다른 핵심은 무역분쟁의 잠재적 위험입니다. 만약 EU가 2023년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나라는 중국입니다. EU는 중국의 주요 수출입 대상국(2019년 기준)으로서 EU에 자동차,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2017년 기준). 이런 점에서,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중국의 EU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중국-EU간의 새로운 무역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2019). p.2

*표 내용은 한국무역협회에서 ‘중국 해관총서’의 내용을 재구성

<중국의 EU 주요 수출품목(2017년 기준)>

출처: 이철원 외.(2018) p.27

게다가 EU는 탄소국경세를 바탕으로 중국 외에 EU가 제시한 탄소국경세의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국가들을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 지정해 새로운 무역 질서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단순히 EU 회원국에 수입되는 물품들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넘어서, 전 세계에 불고 있는 그린뉴딜을 한층 더 가속화 시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EU는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후발주자이지만 잠재력 만큼은 상당한 중국과 거리를 더 크게 만들어서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개발도상국들은 탄소국경세로 인한 무역 부담의 증가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 투자에 대한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탄소누출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도 없어서 탄소국경세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습니다.

출처: EU’s Carbon Border Taxes and Joe Biden’s Clean Energy plans: A double threat for developing countries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탄소 국경세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전기 자동차와 수소 자동차의 등장은 수송분야 산업을 시작으로 모든 분야의 산업구조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세 논의는 도입 여부를 떠나서 장기적으로 탄소국경세와 같은 무역규제가 반드시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의 도입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친환경 산업과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의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던 ‘공해수출’처럼 탄소국경세를 피하기 위한 ‘탄소누출’ 현상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의 이유 중 하나가 자국 기업들의 탄소누출 현상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선진국이 아니라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게 전가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탄소국경세는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적인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 부담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볼 이슈입니다 .

3줄 요약

#1. 탄소국경세는 활용 방법에 따라서

기후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거나

혹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 탄소국경세는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탄소국경세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위하여 개발도상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보고서 및 논문 (국문)

그린피스., EY한영회계법인. (2020).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주요 3개국(美, 中, EU)을 중심으로. 그린피스. 서울: 그린피스

이찬기. (2016). 탄소국경세조정의 WTO협정 합치성 연구 – 탄소세제 및 배출권거래제에서의 국경세조정 가능성을 중심으로 -.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서울

이철원., 나수엽., 임유진. (2018). 중-EU 통상현안 분석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재호., 김정아., 박지우. (2010). 탄소관세 도입에 관한 외국 사례와 주요 논점 연구. 관세연구 10-03. 한국조세연구원. 서울: 한국조세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 (2019). 2019년 중국 무역동향 및 시사점. 한국무역협회. 서울: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및 논문 (영문)

Ben Aylor et al. (2020). How an EU carbon border tax could jolt world trade. Boston Consulting Group

Tobias Nielsen et al. (2020). The risk of carbon leakage in global climate agreements.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 Politics, Law and Economics,.doi.org/10.1007/s10784-020-09507-2

웹사이트

Kerstine Appunn. (2020). Emission reduction panacea or recipe for trade war? The EU's carbon border tax debate.

Michelle Cheung. (2020). What is a Carbon Border Tax and How Fair i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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