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보건사업 누가 수행 할래?(2편)

by 홍박이

안녕하세요, 보건 기획기사 필진 홍박이입니다. 지난 1편에서 한국 국제보건 사업의 주요 주체로 공공부문과 시민사회부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혹시 기억나시나요? 한국 국제보건사업 누가 수행 할래?(1탄)을 보시고, “기업도 해요?” “학교도 참여하나요?” 궁금하셨다면 오늘 내용이 바로 정답입니다. 오늘은 국제보건을 이끄는 또 다른 두 주역, 기업과 학계의 활동을 소개하려고 해요!

국제보건 수행 주체는 누구인가요?

국제보건 활동의 주체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1. 공공 부문: 정부 및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

2. 시민사회 부문: NGO와 복지단체 등 비영리 시민단체 중심

3. 기업 부문: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 기업 중심

4. 학계 부문: 대학과 연구기관, 학회를 중심으로 한 지식·학술 발전 중심

이번 기사에서는 기업부문과 학계 부문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3. 기업 부문: 책임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최근 국제개발협력의 흐름은 ‘지속가능성’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의 단순 기부나 후원에서 벗어나,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건강 문제해결에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자사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국제보건에 참여하고 있어요. 특히, 헬스케어·제약기업, IT기업, 의료기기 제조사 등은 자신들의 제품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제보건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는 공공부문 주요 공공기관의 최근 국제보건 사업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각 기관 홈페이지 사업소개 내용으로 본인 작성)

기업들의 국제보건 참여는 점점 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Kibera) 지역에서 ‘LG희망학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낙후된 초등학교에 교육과 보건시설을 함께 갖춘 인프라를 조성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건물 신축에 그치지 않고, 지역 아동들의 건강검진을 위한 장비 지원, 위생 교육, 감염병 예방 활동까지 포함하는 통합형 보건지원 사업이었는데요.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Kibera) 지역 ‘LG희망학교’ 프로젝트(출처:LG 전자))

현지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위생습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지역 NGO 및 지방정부와 협력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기업형 국제보건 사례로 평가받고 있어요. 즉, 기업이 기술과 제품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실질적 건강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보건 ODA 사업에서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PPP: Public-Private Partnership)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KOICA의 민관협력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이나 서비스가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하면서 동시에 보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답니다. “수익을 내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이제 기업의 국제보건 참여는 선택이 아닌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4. 학계 부문: 연구와 교육을 통한 지식기반 국제보건

국제보건은 ‘현장’도 중요하지만, 그 기반을 지탱해주는 ‘지식’과 ‘제도’도 중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학과 연구기관, 학회가 활약하고 있어요. 정책연구, 실태조사, 인력양성, 질병 감시, 커리큘럼 개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계는 국제보건의 질적 향상에 기여합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국제보건에 기여하고 있어요.

보건 정책 및 보건시스템 연구를 통해 수원국 정부의 정책수립을 지원하거나,
현지 실태조사 및 역학조사, 질병 감시 체계 개발, 보건인력 양성 등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합니다.

(출처:각 기관 홈페이지 사업소개 내용으로 본인 작성)

또한, 학회(예: 한국국제보건의료학회, 한국역학회 등)도 학술 교류, 정책 자문, 국제 포럼 등을 통해 지식 기반의 국제보건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업이 기술과 자본으로, 학계가 지식과 분석으로 국제보건을 견인한다면, 국제보건의 판은 더욱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도 다양한 주체들의 전문성과 경험이 만나 건강한 지구촌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봅니다.

세 줄 요약

#1.

국제보건 활동의 주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공공/시민사회/기업/학계 부문)

#2.

최근 국제개발협력의 흐름은

‘지속가능성’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3.

기업이 기술과 자본으로,

학계가 지식과 분석으로 국제보건을 견인한다면,

국제보건의 판은 더욱 넓고 깊어질 거예요.

에디터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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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의 피난처 : 마닐라에서 살아남기

by 위스키

새벽 3시. 또 정전이다. 좁은 원룸의 낡고 땀에 찌든 매트리스 위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한다. 바깥에선 끊이지 않는 경적과 엔진소리, 그리고 멀리 공원에선 고성방가 - 아니 진짜 새벽 3시에 양심이 없나 - 소리가 지상과 29층의 격차를 뚫고 요란하게 밀려든다. 예전에 봤던 기사에 따르면 마닐라의 밤 소음은 평균 99데시벨이라는데 이쯤 되면 전문가들이 건강하다고 하는 수준의 세 배가 넘는다. 이 벽도 얇고 창문은 더 얇은 도시에서 침묵은 그저 헛소리일 뿐. 도대체 어떻게 29층까지 올라왔을지 모르는 모기를 손등으로 튕겨 내며 이곳에서 과연 누가 제대로 눈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 그래, 많이 없긴 하지.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이 번아웃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이 도시로 오는 UN, NGO 직원과 자원봉사자 중 왜 어떤 이는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여기가 질렸어”라고 말하면서 떠나고, 또 어떤 사람은 10년 넘게 거주하며 뿌리를 내리는 걸까? 살기 시작한 지 한 3년쯤 되어가니 조금은 알 것 같은데, 집, 정확히 말하면 삶의 환경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천오백만 인구의 대도시 메트로 마닐라에서 생활환경이란 단순한 안락함을 찾는 일이 아니라, 제정신을 유지하고 나아가 생존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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