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보건사업, 누가 수행할래? (1탄)

by 홍박이

안녕하세요. 보건 기획기사 필진 홍박이입니다. 국제보건이라고 하면 보통 의료진만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죠. 저 역시 국제보건을 접하기 전에는 의료진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칩이 '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보건 이야기' 를 통해 여러 국제보건 이슈를 다루었지만, 한국이 실제로 어떻게 국제보건을 수행하고 있는지 깊이 다룬 적은 많지 않았어요. 이번 보건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국제보건을 주도하는 주요 수행자들을 알아가며, 한국 국제보건을 더 가까이 느꼈으면 합니다 😆

국제보건 수행 주체는 누구인가요?

국제보건 활동의 주체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공공 부문: 정부 및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
시민사회 부문: NGO와 복지단체 등 비영리 시민단체 중심
기업 부문: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 기업 중심
학계 부문: 대학과 연구기관, 학회를 중심으로 한 지식·학술 발전 중심

이번 기사에서는 공공 부문과 시민사회 부문의 국제보건 수행 주체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보건 기획기사를 통해 기업 부문과 학계 부문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

1. 공공 부문의 국제보건 활동

한국은 20세기 중반 한국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주요 원조 대상국이었으나, 선진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빈곤을 극복한 대표적인 국가가 되었어요. 이러한 성공 경험을 토대로 국제사회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의미에서 1980년 후반부터 1990년 초반은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인 국제개발협력 제도를 본격화하던 시기였는데요. 1987년 유상원조 전담기관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설립과 1991년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립으로 본격적인 공공 부문의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공공 부문 국제보건사업은 한국 정부의 대외 협력 전략(현재는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2021-2025*)에 기반하며, 수원국의 요청에 따라 형성되는데요. 필요에 따라 타당성 조사나 심층기획조사 등을 거쳐, 국가 간 RD(협의 의사록**) 체결 후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2021-2025: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 가치 및 상생의 국익 실현'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①포용적 ODA, ②상생하는 ODA, ③ 혁신적 ODA, ④ 함께하는 ODA 등 4대 전략목표와 12개 중점과제 포함

**RD(협의 의사록): 개별 프로젝트형 기술협력을 시행함에 있어 상대국 실시기관과 협력내용에 대하여 합의한 사항을 모아서 정리하고 서명한 문서

(출처 : 한국의 국제보건 - 메디피스 총서 1(메디피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보건 지원 공공기관으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있습니다. KOICA는 외교부 산하로 다양한 분야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KOFIH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개발도상국 및 북한의 보건의료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출처: KOICA, KOFIH 홈페이지 소개 내용 기반으로 본인 작성)

이 외에도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예산을 확보해 선진 의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고, 국가 간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협력 사업을 진행합니다. 아래 표에서는 공공 부문 주요 공공기관의 최근 국제보건 사업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출처: 각 기관 홈페이지 사업소개 내용으로 본인 작성)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까지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의 중복성이 문제가 되자 최근에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ODA 전략에 부합하는 각 부처들도 형성단계에서부터 유상과 무상, 민간부문, 국제기구 등과 사업을 연계하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컨설팅 사업 (출처: 의학신문)

국제보건 분야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행한 ‘한-우 친선 아동병원건립사업(2018-2022)과 같은 선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의료기관 건축 부문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의료인력 역량강화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병원운영력 강화 부분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맡아 추진했던 유-무상 연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러한 연계형 사업은 수원국에 신설 병원과 더불어 의료진 역량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을 제공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다만, 각 부처 및 기관의 내부 절차나 입장이 다르다 보니 기획 단계부터 사업을 연계하여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여러 정책문서* 에서 원조 분절화를 개선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연계사업의 이행력･실행력 확보 등 질적 내실화를 위해 기관간소통･협력방안 등을 포함한 시행기관별 연계사업 추진계획 수립이 요구되고 있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여요.

*참고 문서 : ’25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안)

2. 시민사회의 국제보건 활동

시민사회의 국제보건 활동은 주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부문 결사체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단체들은 비정부기구(NGO), 비영리단체(NPO), 시민사회단체(CSO), 사회복지단체, 공익단체 등으로 불리는데요(이하 전부 NGO로 표시합니다). 각기 다른 법적 규정과 기관의 성격에 따라 정의와 규모가 다양하여 이들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선교의 형태로 다양한 국제보건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많은 해외구호단체가 한국에서 구호 활동을 펼쳤고, 이후 한국의 경제 발전으로 지원을 종료했으나, 한국이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된 1990~2000년대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모금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계기로 많은 한국 NGO가 국제보건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한국의 국제보건 활동은 국제보건 전문 NGO를 포함하여 복지단체, 구호단체, 아동보호기관, 종교기반 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요. 특히, 국제보건 NGO는 단일 보건의료활동을 포함하여 인도적 지원과 개발, 평화를 연계하는 HDP Nexus 접근이나 지역 개발, WASH, 영양 등 다양한 분야를 연계하여 규모 있는 활동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아래 표에서는 한국 NGO의 다양한 보건 사업과 주요 활동을 대표적으로 소개합니다.

(출처 : 각 기관 홈페이지 사업소개 내용으로 본인 작성)

다양한 NGO가 각기 다른 국가와 형태로 국제보건 사업을 수행하며, 질병 퇴치 및 일차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서 공공기관과 NGO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며, 향후 협력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기업부문과 학계부문을 심도있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편까지 안녕히 계세요! 😊

세 줄 요약

#1.

국제보건 활동의 주체는 공공/시민사회/기업/학계 부문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2.

공공부문 국제보건사업은 한국 정부의 대외 협력 전략에 기반하며

수원국의 요청에 따라 형성이 돼요.

#3.

국제보건사업은 공공기관과 NGO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며

향후 협력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요.

에디터의 질문💁‍♀️

이번 주제는 어떠셨나요? 국제보건사업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아요. 😊

공사모 오픈 카톡방 들어가기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by 개발새발

얼마 전 한국에서 한 친구가 연락이 왔다. 자기도 해외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데 마침 모 개발협력 기관에서 해외 파견 공고가 올라왔으니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거절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 친구가 국제개발협력에 대해서 고민했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평소에 국제개발협력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얼마나 동의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가, 그거 그냥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일 아니야? 그냥 가서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니야? 봉사활동 같은 거 아니야? 그런 오해들로 하여금 국제개발협력이 쉬운 일로 여겨지고 전문 이론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이들을 만나면 종종 질문을 받는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 진학이 좋을지, 어떤 분야를 언제 어떻게 선택하는 게 좋을지, 파견을 꼭 가야 하는지 – 김칩이의 국개협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에서 다루었던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늘 이런 질문이 받을 때면 나는 하는 말이 있다. 우선 기회부터 잡으라고. 본인 스스로 아무런 경험을 쌓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궤적을 좇아가기보다는, 일단 본인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졌는지 둘러보고 그 안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고 좁혀가라고.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좀 더 쉬운 길을 가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부정당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학도, 취업도, 파견도 모두 중요하니까 일단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부터 잡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