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김칩

가난한 채 나이드는 개발도상국

고령화가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개발도상국에서도 고령화가 큰 문제입니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 중 한 곳인데요, 2022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약 20%를 넘었습니다. 2040년이 되면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무려 31%를 넘는다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중저소득 국가로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가나, 인도, 자메이카, 말라위, 나이지리아, 태국, 그리고 베트남이 있다고 해요(AARP, 2022). 2022년부터 2050년 사이에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는 선진국보다 2.5배 이상 빠르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전 세계 노인 인구 증가분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개발도상국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일단 부유해지기도 전에 인구가 급속히 늙어버린다는 겁니다. 젊고 건강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발전의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죠. 게다가 이들 국가는 아직 충분한 의료, 복지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제대로 보살펴주기 어렵습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천천히 대응하면서 사회복지체계를 정비한 것과 다르게, 개발도상국은 인구 고령화에 더 빠르게 적응해야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가 소득, 인프라, 보건 및 사회복지 역량이 훨씬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생산성 증대를 위한 기술보다 의료, 연금 등 사회복지 부문에 정부의 예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부 지출은 늘어나지만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부족해지는 것도 문제이고요.

누구나 건강하게 나이들지 못하는 현실

고령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차이도 문제이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성별, 지역, 인종과 민족에 따른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성별에 따른 격차가 문제입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 노인들의 건강 문해력과 건강관리 실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교육, 고용, 사회보장 등의 기회에서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누적된 건강 부담 때문에 비전염성 질환에 더 취약합니다.

 

둘째,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격차도 큰 문제입니다. 네팔의 79세 농촌 거주 노인 Chandra Devi Kafle씨는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교통편이 불편해 멀리 도시로 가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농촌 지역 노인들은 사회보장제도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식 고용과 교육 기회에서도 큰 불이익을 겪습니다. 전기, 위생시설, 청정 조리시설 등 기본 인프라조차 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농촌 노인 다수가 비공식 부문(Informal Economy : 정부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취업 및 비정형 고용관계)에 종사하며 노후 소득도 불안정합니다.  

 

셋째, 인종과 민족에 따른 차별도 여전합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원주민 공동체가 건강, 교육, 생활수준 측면에서의 불이익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종, 민족, 카스트 등에 따라 교육과 고용 기회, 그리고 건강/사회서비스 접근성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소수 민족이나 하위 계층일수록 전반적인 노후의 수준이 낮습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 내에서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노인 인구 간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며, 개발도상국 내 상당수의 노인들은 여전히 질 좋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노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살기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WHO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건강한 노화를 위한 10년(Decade of Healthy Ageing)'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4대 핵심은 ▲나이에 대한 인식 개선 ▲지역사회 환경 개선 ▲맞춤형 통합돌봄 제공 ▲장기요양 지원체계 확립입니다(WHO, 2020). 

건강한 노화를 위한 대안

(1) 맞춤형 통합돌봄: 의료와 비의료를 묶어내기

이 네 가지 핵심 중 오늘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통합돌봄과 장기요양서비스 강화입니다. 통합돌봄 (Integrated care)는 개인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되, 교통, 사회복지서비스 등 비의료 영역까지 통합하는 방식의 돌봄입니다. 기존 분절화된 의료시스템을 탈피하여 노인의 전인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죠. 

 

현재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가는 의료 중심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 집에서 가족들의 희생이 없다면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에 입소하게 되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게 되죠. 이것이 건강한 노화일까요? 노인에게 의료서비스 외의 다른 돌봄이 필요하며,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관계로 살 수 있도록 여러 측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을 제공한다는 것은 요양원, 요양병원처럼 폐쇄적인 입소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을 마련한다는 뜻입니다. 어르신들이 아플 때 집에서 병원에 갈 수 있는 교통을 개선하고, 혼자 사시는 경우 고독과 고립감을 막기 위해 정신보건을 지원하는 등 노인의 복합적인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 교통,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돌봄을 통해 노인들의 전인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맞춤형 통합돌봄의 취지입니다.

(2) 장기요양 지원 강화: 존엄한 삶을 위하여

통합돌봄과 더불어 WHO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장기요양서비스 지원입니다. 만성질환이나 신체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한 장기요양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인데요. 고령이 되면 치매, 중풍,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집에서 가족의 도움만으로 생활하기란 매우 어렵죠.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이동 지원이 필요하고, 식사와 배설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타인의 보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장기요양서비스가 큰 힘이 됩니다. 전문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노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것이죠. 때로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상시 돌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가족의 과도한 부담 없이도 존엄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게 됩니다.

 

WHO는 이런 장기요양서비스가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들에 특히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시설 등 기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WHO는 각국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 중심의 장기요양서비스를 구축하고, 관련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방문요양, 주간보호센터, 단기입소 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장기요양은 단순히 노인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가족과 지역사회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적 돌봄 체계입니다. 노인 한 분 한 분의 기능 상태와 생활환경을 고려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를 통해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노인의 존엄성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노화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필요

건강한 노화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의지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저소득 및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제한된 재원과 역량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이 있다면 형평성 있는 건강한 노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건강한 노화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산과 제도를 갖춰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 개개인도 연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젊어서부터 평생 건강을 준비해 나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요.

 

고령화는 이제 멈출 수 없는 대세입니다. 한국이 앞장서며 국제사회가 동참한다면, 누구나 차별 없이 건강하고 존엄한 노후를 보낸다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고령화 정책과 경험이 전 세계인의 꿈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개발도상국에서의 고령화는

성별, 지역, 인종과 민족에 따른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요.

WHO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10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나이에 대한 인식 개선 ▲지역사회 환경 개선

▲맞춤형 통합돌봄 제공 ▲장기요양 지원체계 확립

꿈을 꾸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업 현장에서 이해관계자과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일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날만큼은 통번역 직원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하고 싶던 비유를 건네며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직접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희열에 도취된 찰나 눈을 떴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그 꿈을 꾸고 싶어서 잠을 보챘다.

두 번째 꿈을 꾸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하던 웨일스 출신 락밴드의 멤버와 같은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하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랫동안 골방에 쳐 박혀서 곰팡이와 먼지를 들이마시며 연습해왔던 그들의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런 기쁨에 만끽하는 찰나 눈을 떴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그 꿈을 꾸고 싶어서 잠을 보챘다.

얼마 전에 개발협력활동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던 중에 질문 하나를 받았다. 혹시 딴 생각이 들지는 않느냐고. 어디 가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개발협력은 나의 꿈이 아니다. 당장 내 앞가림도 못 하고 있는데, 빈곤 종식이라든가 인류의 평화라든가 지구적 관점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면 너무 주제 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물론 사회적 사명감과 개인적 욕망이 일치 될 필요는 없지만, 때로 개발협력판은 개인 저마다 갖고 있는 우주를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워 보인다.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더 공감해야 하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하는 상황 속에서 마치 우리는 또 다른 꿈이 있으면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