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7🍟 고용시장은 성차별주의자?!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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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77 - 2024년 3월 둘째 주

💬 오늘의 김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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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ON-AIR

고용시장은 성차별주의자?!

by 스텔라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학 교수 (출처: IZA Newsroom)

202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는 데이터를 통해 여성의 임금 및 노동 시장 참여의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의 주요 원인과 변화를 종합적으로 설명한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교수입니다. 노동 시장 내 젠더 불평등에 관한 전통적 관념은 ‘경제성장이 여성의 노동 참여를 증가시켰다’는 것인데요. 골딘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와 경제 성장은 역사적으로 일관성을 보이지 않음을 증명했어요.

시대별 여성의 노동 참여에서 나타나는 ‘U자형 곡선’ (출처: The Nobel Prize)

경제 성장 ≠ 여성 노동 기회 증대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 참여는 U자형 곡선을 띄는데요. 간단히 살펴보면, 산업화 이후 사회적 노동 수요는 증가했지만, 노동의 전문화는 결혼, 출산,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오히려 여성의 경제 활동을 감소시켰어요. 20세기 후반 경제 성장,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이 미혼 여성의 고용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결혼 및 가임기 여성의 고용 단절로 인해 전체 여성의 평균 노동 참여 비율은 계속 낮게 유지되었어요. 1960년대 피임 개발로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고 교육과 일자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 시장에는 젠더 격차가 존재해요.

골딘의 연구는 노동 시장의 젠더 불평등이 여성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사회적 문제’임을 지적했어요. 또한,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유능한 여성 인력을 더욱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이윤과 국가 전반의 경제 성장에도 더 합리적이라는 점도 강조했어요. 이번 기사에서는 노동 시장 젠더 불평등의 원인을 파헤쳐보고 성평등한 노동을 실현하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성별 간 노동 참여율 격차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심한 격차를 나타냄)

(출처: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

2022년 ILO 통계에 따르면, 세계 경제활동인구(25~54세) 중 남성과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각각 90.6%, 61.4%로 약 29.2%의 차이가 있어요. 중저소득국은 40%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요(세계은행(World Bank, WB), 2022). 그렇다면 노동 시장에서의 젠더 불평등은 왜 나타나는 걸까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지면의 한계상 사회적, 제도적 요인에 관해 설명할게요.

사회가 원하는 젠더는 따로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성별과 관계없이 일할 권리를 보장함에도 여성의 노동 참여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젠더 편견이에요. 예를 들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의 역할을 집안일과 돌봄으로 제한하는 문화는 여성의 일할 기회를 가로막아요. 가정 내 남성의 통제권이 강하고 가정폭력이 만연한 지역일수록 여성의 노동 참여 또는 경제활동 기회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Cigdem et al, 2022). 여성이 외부인, 특히 모르는 남성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문화권에서는 여성이 소규모 사업(entrepreneurship)을 여는 것조차 어려워요. 또한, 일하는 여성에 대한 공적 장소에서의 성희롱은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일할 기회를 포기하게 만들어요(Seema, 2021).

노동 시장에서의 젠더 편견은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이 발표한 젠더규범지수(Gender Social Norms Index, GSNI)는 정치, 교육, 경제, 신체 측면에서 국가별 젠더 인식을 측정하는데요. 이 중 한국은 4개 항목에서 모두 편견이 없는 응답자 비율이 겨우 10.1%로, 세계 평균 11.31%에도 미치지 못해요.

산업 분야별 여성 인력 비율 (연두색 - 전체 직급, 녹색 - 리더십) (출처: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자리가 사라지는 유리천장 현상도 여전히 존재해요. 이를 분석한 한 연구는 리더 또는 관리자 직책에 남성이 만연한 현대 노동 시장의 모습이 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리더를 남성과 동일시함으로써 젠더 고정관념을 심화한다고 발표했어요(Amanda et al, 2021). 젠더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높은 남성 관리자 비율로 인해 여성은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해요. 정리하자면, 특정 젠더를 원하는 사회적 통념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또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행위를 모두 방해하고 있어요.

유능한 여성을 버리는 노동제도

전 세계 남성이 1달러(USD)를 벌 때 여성은 51센트밖에 벌지 못해요. 젠더 편견이 심하고 실업률이 높은 저소득국과 중저소득국 여성은 각각 33센트와 29센트의 임금을 받아요(ILO, 2023). 성별 임금 격차는 국가별 경제 수준과 무관하게 발생하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회원국은 평균 12.1%의 성별 간 임금 격차를 보여요. 김칩 145호를 통해 다뤘듯이 한국은 27년째 OECD 가입국 중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를 보이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해요. ILO는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젠더 편견이나 여성 리더십의 부재와 함께 남녀 간 돌봄 노동, 주요 취업 직종의 특성, 교육 등에서의 차이를 지적했어요.

2022년 OECD 회원국 성별 임금 격차 그래프 (출처: OECD Data)

먼저,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집안일과 돌봄을 주로 도맡는 많은 여성은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을 경험해요. 업무 중 또는 퇴근 후에도 또 다른 노동을 경험하는 문제는 여성의 자기 계발 기회 제한, 승진이나 보수에서의 불이익, 경력 단절, 임금 격차 등의 원인이 돼요. 우간다의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남성과 여성을 비교한 한 연구는 남성 0%와 여성 38%가 어린 자녀를 사업장에 데리고 다니며, 자녀를 데리고 사업을 운영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평균 수익이 더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어요(Seema, 2021).

직업군별 여성 초임 및 관리자 직급 비율과 직급 상향에 따른 여성 직원 이탈률 (출처: WEF)

WEF의 ‘2023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여성은 전통적으로 ‘저임금’ 분야로 알려진 교육, 보건, 일반행정 등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어요. 반면, 과학, 기술, 공학, 석유 및 가스 등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분야는 남성 비율이 지배적이고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해당 분야에는 이미 고위급 남성 임원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는 문제도 존재해요.

교육 분야별 남녀 비율 (출처: WB)

사하라 이남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2000년대를 기준으로 이미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고등교육을 받았지만(UNESCO, 2022), 여성은 전통적으로 저임금 고강도 산업군인 교육, 보건, 사회복지 등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STEM(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과 같이 사회적으로 부상하는 직업군과 관련된 교육에 관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크게 뒤처져 있어요.

고용 시장, 너 내 동료가 돼라!

전 세계 약 24.9%의 여성(남성 16.6%)은 사회적 제약에 부딪혀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면 노동 시장에서 여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기사에사는 다양한 해결책 중 사회, 제도적 개선을 강조합니다. 골딘은 현대 노동 시장을 지배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를 지적했어요. 높은 보수와 직업안정성을 보장하지만 유연성이 결여된 장시간의 노동 형태인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근로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고 오랜 시간 일에만 몰두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업무 도중 또는 퇴근 후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에게 포기하고 노동 시장을 떠나게 만든다는 주장이에요. 따라서, 사회는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강요되지 않고 노동과 육아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해요.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하지만 공공 영역에서의 돌봄을 강화하고 여성의 노동 참여 시 육아에 관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요. 한편, 성별과 무관하게 전도유망한 직업군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쌓도록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제도적 해결책의 일부에요.

(출처: Pixabay)

여성의 역할을 집안일과 출산 및 양육으로 제한함으로써 일할 권리를 빼앗는 왜곡된 젠더 관습 역시 변화가 필요해요. 여성의 일할 권리는 가정 내 여성의 의사 결정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경제권이 곧 가정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힘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여성 노동 참여를 위한 제도적 노력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병행되어야 해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노동 기회를 얻는 것은 여성의 권리 신장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유능한 인력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이 됩니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사회, 성평등한 노동 시장을 통해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 줄 요약

#1.

노동 시장의 젠더 불평등은 여성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사회적 문제'에요.

#2.

특정 젠더를 원하는 사회적 통념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또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행위를

가로막고 있어요.

#3.

여성 노동 참여를 위한 제도적 노력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병행되어야 해요.

너 영어 못 하잖아

by 위스키

벌써 한 10년쯤 됐나, 르완다 살 적의 이야기다. 주말이면 항상 그러듯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수도 키갈리로 올라왔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근처 모토(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려는데 기사가 위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키갈리 운전기사가 그 지역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서도 내가 길을 잘 아니 일단 근처로 가자고 협상하고 - 다행히 어딘지 대충은 아는 듯싶었다. - 호기롭게 출발했다. 그렇게 한 10분쯤 가니 이제 길을 물어보기 시작해서 이리 꺾어라 저리 돌아가라 뒤에서 알려주는데, 기사가 이해를 잘못하고 온갖 골목길을 다 헤집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라고 그 지역을 다 돌아본 게 아니니 거진 20분을 계속 헤매고, 이제 여기가 맞나 하고 가물가물할 때쯤 겨우 숙소 근처 아는 길로 빠져나왔다. 여기서 얘랑 더 다니다간 제시간에 숙소 못 들어가겠다 싶어 그냥 멈추고 내리는데 우리 기사 형제님이 내게 한마디 한다.

“너 영어 너무 못해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제발 공부 좀 해.”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영어를 사용하는 업무에 적응이 됐다 싶으면 이제는 변화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다. 다른 기관, 다른 업무, 다른 현장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생기는 건 당연한 건데, 한 번씩은 여기서 국제 NGO나 국제기구 취직을 생각하곤 한다. 인턴십과 UNV, KMCO, JPO 등 여러 루트를 알아보며 자격과 요건을 맞춰서 준비하게 되는데, 항상 나오게 되는 질문 하나.

“제2외국어 필요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