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5🍟 기후변화, 우리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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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75 - 2024년 2월 다섯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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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보건 이야기/기후변화, 우리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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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우리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by 마샬

지난 국제보건이야기에서 짚었듯,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자총회(COP)에서 최초로 건강의 날(COP28 Health Day)을 설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다룬 것은 2023년의 큰 성과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자칫 모호하게 보일 수 있는 기후변화와 건강 간의 영향 관계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어떠한 경로로 기후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게 된다면, 어디부터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행동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1. 기후 취약성과 건강 불평등
기후변화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의 형태로 우리의 인명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감염병 확산과 인구 이동,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 제한 등과 같이 건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특히 기후변화는 ‘환경의 지구화(environmental globalization)’에 따른 전지구적인 현상이지만,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에게 불공평하게, 부정의(injustice)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Parks & Roberts, 2006). 2019년 기준 전 세계 소득 상위 10%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소득 하위 50%는 단 8%를 배출하는데 그치는 수준입니다(그림 1). 그러나 동년도 기준 기상이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10개국 가운데 80%가 중저소득국(LMIC)이며, 그중 절반이 최빈국(LDC)입니다(Eckstein et al., 2021).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 기여도가 극히 낮은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건강 피해를 볼 수 있는 셈이죠.

그림 1. 소득 계층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소비기준)의 관계(Khalfan et al., 2023)

더 나아가 이렇게 국가별로 불공평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개인에게도 불평등하게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는 원래 우리가 갖고 있던 건강 상태, 인구통계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히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어느 국가가 기후변화의 피해를 많이 입는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취약 계층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홍수에 취약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잦은 홍수에 시달릴지 모르는 데다, 잦은 홍수로 인한 수인성 질병,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감염병에 새롭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사는 국가, 지역사회에 적절한 홍수 대응책이 없다면, 그리고 누군가의 생활, 주거조건이 남들보다 취약해 홍수의 피해에 그대로 노출된다면(즉, 사회경제적 불평등 사다리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면), 기후변화의 피해는 이들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마치 열추적 미사일 마냥 취약 계층만 골라 괴롭혔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비슷합니다. 그렇게 기후변화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던 요인을 더욱 강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보건학적 도전과제를 만듭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각자 다른 정도로 느끼는 것을 기후 취약성(climate vulnerability)이라고 합니다. 앞서 보았듯이 기후 취약성은 기존에 우리가 안고 있는 건강 및 사회적 불평등과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Rudolph et al., 2018). 이는 노출(exposure), 민감성(sensitivity to threats), 대응 능력(capacity to adapt and respond)으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홍수 취약 지대(노출)에 거주하는 노인(개인의 민감성)이 돈이 많아(대응 능력) 고지대로 이사를 했다고 하면, 노출과 민감성으로 높아진 개인의 취약성이 대응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상쇄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처럼 세 가지 요소가 기후 취약성 또는 그 반대인 기후 탄력성(climate resilience,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계획하여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후 취약성 요소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Rudolph et al., 2018).

기존의 건강 상태: 주로 저소득계층에 부담을 주는 기저질환, 예를 들어 호흡기질환 환자는 대기 중 공기오염에 취약하며, 심혈관질환 및 당뇨 환자는 고열 환경에서 합병증이 증가될 수 있다.
생활 및 노동 조건: 공장지대 등 대기 질이 나쁜 동네, 단열/환기가 안되는 주거 환경에 사는 경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우며, 야외 노동자의 온열질환 노출, 가난한 사람들에게 혹독한 식품 가격 상승 등도 건강에 영향을 주기 쉽다.
권력과 목소리의 부재: 사회적, 역사적으로 권력이 적은 집단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할 정치경제적 힘을 갖기 어렵다.

이같이 기후에 민감한 인간 사회의 취약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기후에 민감한 건강 위험(climate-sensitive health risk)’에서도 나타납니다(WHO, 2023). 아래 그림 2는 기후변화가 어떤 경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그림 2. 기후 민감 건강 위험에 대한 개관(WHO, 2023)

상단의 건강 위험(health risk)을 먼저 살펴보면,

(가운데) 기후 관련 위험: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공기오염, 식량 생산량 감소 등 기후의 직접적인 영향
(좌) 취약성 요인: 앞서 보았듯이 기존에 건강불평등에도 영향을 주던 다양한 취약성 요인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
(우) 노출: 기후변화와 보건의료체계, 에너지 체계, 깨끗한 물과 식량 등 간의 영향 관계

기후변화가 세 가지 건강 위험과 뒤섞이며 결국 하단 네모 상자의 건강 결과(health outcomes)에 나열된 것과 같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사상, 온열질환, 호흡기질환, 수인성 질병, 인수공통전염병, 매개체 감염병, 영양실조와 식품매개질병, 비감염성 질환, 정신건강’ 등 수많은 경로로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전 지구적으로 불공평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가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특히 건강과 관련해서는 보건학에서 말하는 건강의 사회경제적 결정요인 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결국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와닿게 느끼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숫자를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기후변화와 건강 간의 영향관계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의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란셋 카운트다운’은 전 세계 52개의 연구 및 UN 기관의 114명 전문가들과 협업해 2015년부터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보고서를 매년 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란셋 카운트다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세기의 공중보건 협약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모든 국가들에게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WHO, 2018).

란셋 카운트다운은 기후변화와 건강 간의 영향 관계를 5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총 47개의 지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전체적인 영향 관계(그림 3)를 이루는 5가지 영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 기후변화가 어떠한 경로로 인간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건강 적응: 어떻게 지역사회, 건강 체계, 정부가 기후변화의 건강 위협을 이해하고 적응, 대응하는지
완화의 건강 이익: 어떤 기후변화 완화 대책이 건강에도 이익을 줄 수 있는지
경제적 맥락: 기후변화와 건강에 관련된 비용과 이를 초래하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치적 맥락: 기후변화와 건강이 미디어, 정부, 민간 기업, 대중 등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그림 3. 기후변화와 건강 간의 영향 관계 전체적/개괄적으로 나타내는 도식(란셋 데이터 플랫폼).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1)은 정치경제적 환경(4, 5)에 둘러싸여 있으며,
기후변화 적응(2) 및 완화(3) 대책이 그 밖에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5가지 영역이 각자의 도식을 갖고 있지만, 오늘은 1번 영역인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만을 살펴보겠습니다(그림 4).

그림 4. 기후변화의 영향, 노출, 그리고 취약성(란셋 데이터 플랫폼)

* 원활한 이해를 위해 [그림 4] 도식과 동일한 색상으로 표기하였습니다.

화살표가 많아 복잡하지만, 색깔로 구분 한다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의 변화가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이들이 건강 요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간접 요인에도 영향을 줍니다. 건강 요인은 다양한 색깔로부터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죠. 동시에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취약성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위해 지표 그룹 1.1번인 건강과 열(health and heat)을 한번 살펴볼까요? 2022년, 사람들은 과거(1986-2005) 여름 기온 상승분인 0.3도에 비해 3배나 더 상승한 여름 기온 상승분(0.9도)에 노출됐습니다. 기후의 변화가 소수점 숫자라 미약해 보이지만 기상이변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65세 이상 노인과 1세 미만 아동의 경우 동 과거 기간에 비해 2배 많은 열파 일수(2일 이상 기간 동안 동 과거 기간 최소/최대 기온의 백분위 95%를 벗어나는 날)를 경험했습니다. 각각 5일에서 9.8일, 4일에서 8.4일 증가했네요.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신체활동: 신체활동은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과거(1991-2000)에 비해 최근(2013-2022)에는 간단한 야외 신체활동(걷기)에 건강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연간 241시간(20%↑) 증가했고, 중간 정도 신체활동(달리기, 자전거 타기)에 대해서는 253시간(19%↑) 증가했습니다. 이는 야외활동을 줄이는 원인이 될 수 있죠. 결국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력: 전 세계 인구 약 16억 명(26.4%)은 야외에서 일합니다. 고온 노출은 이들의 노동을 힘들게 합니다. 노동력이 감소되면 내 월급도 자연히 줄 테고, 당연히 건강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겠죠? 2022년에는 열 노출로 인해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143시간 감소(과거에 비해 42% 감소)된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생각하면, 약 18일이니까 연봉에서 한 달 치 월급이 날아갔네요. 그리고 기후변화는 불평등하죠? 인간개발지수(HDI)가 중하위권인 국가들의 약 80%가 평균치인 143시간보다 더 많은 노동 시간 감소를 겪었다고 합니다. 월급은 더 줄었겠죠. 참고로 전세계에 만연한 무보수 여성 인력은 여기에 포함되지도 못했습니다.
온열 관련 사망률: 드디어 건강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에 왔습니다. 두 단계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온에 더욱 취약하죠. 사람들은 최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수준의 폭염을 연간 86일 겪었습니다. 그중 60%가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라고 하네요.
이러한 폭염에 따른 65세 이상 온열 질환 사망자는 약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네요. 만약 온도 상승을 제외한다면(반사실적 사고), 38%만 증가했을 거라고 합니다. 만약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파리협약에서 정했던 2도에 도달하고, 사람들이 적극적인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망자가 2050년까지 37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간에 보았던 건강 간접 요인인 신체활동과 노동력 감소가 어떻게 건강에 연결되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림 4를 보시면 이들이 어떤 건강 결과를 초래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5개 영역 47개 지표 중 1개 영역, 1개 지표 그룹의 5개 지표 보았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게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경로로 건강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분석과 계산에는 추정과 가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의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마무리하며
이제 우리는 흡연이 건강에 치명적이란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담배규제 이야기에서도 살펴보았듯, 명확한 증거가 모두의 행동으로 옮겨지려면 수십 년이 걸리며, 그 반대에는 산업(경제, 또는 자본)의 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건강 영향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 하지만 기후변화는 흡연과 같이 인체에 직접적이지 못한 데다,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몇 개의 경로를 거쳐 발현되기에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우며, 대책도 직접적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반대에 있는 화석연료와 기업의 이해는 담배 산업보다 훨씬 거대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모으고 이에 기반한 대응을 한걸음씩 해 나간다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COP28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건강이 적극적으로 다뤄진 것이 그러했고, 손실과 피해 기금이 마련된 것도 그러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관심과 토론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전세계 보건 및 환경 분야 리더들이 논의한 주요 내용은 최근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세 줄 요약

#1.

기후변화는 국가 간 불공평하게,

그에 따른 건강 영향은 불평등하게 나타나요

#2.

특히, 개인의 기후 취약성은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맞물리며

중저소득 국가의 취약 계층의 건강이 더욱 위험해요

#3.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관계는 복잡하지만

다양한 기관이 이를 숫자로 증명하고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토론이 필요해요

무슨 일 하세요?

by 레아

"근데 무슨 일 하세요?"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초반에는 멋모르고 ‘어.. 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데요’로 시작해서, ‘그게 뭐냐면요, 개발도상국에.. 아, 개발도상국이 뭐냐고요? 그.. 아프리카나 동남아 쪽 나라들 있잖아요.. 아, 후진국.. 요즘은 그런 표현은 안쓰는데.. 어쨌든 비슷한 맥락인데요.. 그래서..’ 이런 답 없는 대화를 몇 번이나 해야 했다. 방랑 1달 차쯤 되었을 때부터,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그냥 던지기 시작했다.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예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구요."

이때마다 상대방의 리액션은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되곤 했다. 첫 번째는 바로 그게 뭐냐며 되묻는 경우. 이런 케이스는 오히려 쉽다. 나름대로 설명하면 되는데, 보통 다음 두 가지 반응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어디서 좀 들어봤고 뭘 좀 알고 있어서, KOTRA나 선교활동 등과 연결하여 추측하는 경우. 이런 부류는 조금 까다롭다. 잘못한 정보를 갖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차마 되묻진 못하고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이며 화제를 돌리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부연 설명이 필요 없어 넘어가도 되긴 하지만, 어쩐지 찝찝한 마음을 안고 후퇴해야 한다. 관심도 없는 사람을 붙잡고 떠들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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