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1🍟 2023년 국제보건의 성과

2024. 1. 15.

vol.171 - 2024년 1월 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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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김칩

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보건 이야기/2023년 국제보건의 성과
거기 어때?/ 이렇게 해도 되나
국제개발협력 ON-AIR

2023년 국제보건의 성과

by 위스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가고 2024년 갑진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제보건 분야는 항상 역동적이라 표현하지만, 2023은 특히 큰 성취와 혁신이 부각된 해였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전염병, 새로운 질병, 오랜 건강 격차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국제보건 커뮤니티의 노력은 놀라운 돌파구와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의 국제보건의 성과와 이를 위한 한국의 노력, 그리고 2024년을 위한 이정표를 탐색해 보려 합니다.

1. COVID-19

WHO의 사무총장은 지난 5월 COVID-19가 더 이상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이 아니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는 이같이 발표하며 이것이 COVID-19가 더 이상 국제적 보건 위협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각국이 비상 체계에서 벗어나 COVID-19을 다른 감염병과 함께 관리해 나갈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WHO)

이러한 결정이 나올 수 있는 데에는 신속히 개발되어 전 세계에 투여된 백신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72%가 최소한 한 차례는 COVID-19 백신을 접종받았고, 총 13.6억 회의 백신이 투여되어 심각한 질병 및 입원을 예방했습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노력에 크게 기여했는데요, 국제 백신 공동구매 및 분배 프로젝트인 COVAX에 2억 8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동티모르, 가나, 피지 등 중저개발국 감염병 대응 사업을 진행해서 COVID-19와 앞으로 필연적으로 발생할 신종 감염병의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2024년 5월에 개최될 제77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팬데믹 협약"이라 불리는 새로운 국제 협정에 대한 국가들의 심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협약의 목적은 향후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COVID-19로 인해 나타났던 극심한 보건, 사회적 영향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팬데믹 협약에 대해선 지난 6월 김칩 144호에도 잠시 언급했었습니다. 과연 팬데믹 협약은 어떤 모습으로 확정이 되고, 앞으로 있을 전염병 사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 질병 퇴치

2023년은 또한 수많은 질병을 퇴치한 해였습니다. 국가 정부의 노력과 국제보건 활동을 하는 수많은 NGO, 연구기관, 그리고 다른 파트너의 협력 덕분에 말라리아, 간염, 트라코마 등 질병을 많은 국가에서 박멸할 수 있었습니다. WHO는 3월 아제르바이잔과 타지키스탄을 말라리아 퇴치 국가로 인증했고, 6월에는 벨리즈의 말라리아 박멸을 선언했습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질환으로, 발열, 오한, 발한, 두통, 근육통, 오심, 구토, 설사 등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도 아직 연 400명 정도 말라리아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또한 중저개발국 보건환경에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다뤄지는데,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말라리아 없는 미래가 분명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집트는 C형 간염 퇴치 "골드 티어" 상태를 달성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는 2030년 이전에 C형 간염을 박멸하기 위해 WHO 개발한 기준인데요, 1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C형 감염률을 보이던 이집트의 놀라운 성과입니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를 통해 전염되는 병으로 우리가 익숙한 B형 간염과는 다르게 아직 백신도 없어서 관리가 매우 어려운 질병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약 1%가 C형 간염균 보유자라고 추산되고 있습니다.

소외열대질환 (Neglected Tropical Disease, NTD) 의 박멸도 지난해의 큰 성과입니다. WHO는 2030년까지 100개국에서 최소 하나의 소외열대질환을 박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재 50개국이 이를 달성했는데, 베냉과 말리는 지난 5월 트라코마, 라오스는 10월 림프 사상충증 퇴치를 인증받았습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림프 사상충증과 흑열병을 퇴치해 같은 해에 두 개의 NTD를 제거한 최초의 국가라는 역사 성과를 내세웠는데요, 또한 흑열병 퇴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흑열병(칼라-아자르 병, 내장 리슈마니아증)는 모래파리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한 해 평균 20만~4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90%가 방글라데시, 인도, 에티오피아, 남수단, 수단, 브라질 등에서 일어납니다.

한국은 2020년부터 수단에서 소외열대질환 퇴치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티모르, 키르기즈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피지, 탄자니아, 아제르바이잔에서 감염병 대응 역량강화사업을 신규 시작, 또는 진행하고 있습니다.

3. 기후변화와 보건

해를 거듭하며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수많은 사람의 삶과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기록적인 수의 기후 관련 건강 문제와 새롭게 확대되는 갈등이 있던 해였습니다. 갈수록 해수면은 상승하고, 평균기온은 올라갑니다. 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고 홍수, 산불,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후 다른 보건 기사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루겠지만(그리고 한 번은 꼭 다뤄야 하겠지만) 기후변화는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WHO는 기후변화가 최소 35억 명 - 인구의 절반 - 에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한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비용(농업, 물, 위생 등 부문의 비용 제외)은 2030년까지 연간 20억~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추산하고 있습니다.

출처: 채수미 외(2018),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평가(기후보건영향평가) 및 실태조사 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질병관리청

2023년 개최된 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에선 28년 만에 최초로 기후 관련 보건위기에 대응하여 보건의 날을 주최했습니다. 주최측은 보건의 날을 개최하며 다섯 개의 주제에 강점을 두었는데요, 이는

기후 변화와 인간 건강 사이의 확실한 증거와 경로
“기후 활동을 위한 보건적 근거"와 완화의 보건적 이익에 대한 홍보
보건시스템의 기후 탄력성 강화의 필요성, 장벽, 그리고 모범사례 강조
건강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적응 조치 탐색과 확대
건강과 구호, 회복과 평화를 위한 행동

이었습니다. 이후 유엔기후변화회의 (UN Climate Conference)에선 한국을 포함한 143개 국가가 기후 및 건강에 관한 COP28 UAE 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선언문은 정치적, 재정적 지원의 증가와 기후 위기의 보건적 영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지지합니다. 한국은 개별적으로도 기후변화와 보건 관련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해수면 상승 등 위기에 취약하지만 대응능력이 부족한 태평양 도서국 피지와 키리바시에서 보건분야의 기후변화대응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위스키)

4. 재난 대응

마지막으로 수많은 재난이 있었습니다. 2023년은 자연재해로 시작해 인재로 끝났습니다.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규모 지진이 있었고 연말에는 가자의 전쟁이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그 사이에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재해, 분쟁, 그리고 계속되는 질병과 기후 변화의 위협이 있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단체와 전문가는 매일같이 정보를 탐색하며 위협의 신호를 찾고 재난 상황에 투입됩니다. 재난에서도 특히 보건문제에 대응하는 WHO는 2023년 약 750건의 보건적 위협 (public health threats) 을 발견하고 분석했습니다. 많은 기구와 단체가 팔레스타인, 콩고 민주 공화국, 에티오피아, 아이티, 미얀마, 수단, 우크라이나 등 분쟁이 있는 곳과 아프가니스탄, 네팔, 시리아, 튀르키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곳에 투입되어 국가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감염병 발생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활동했습니다. WHO는 2023년 전 세계 900여 개의 기관이 재난을 겪은 29개국 1억 70만 명의 보건 수요를 충족시켜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건의료체계가 공격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Insecurity Insight는 2023년 11월까지 12개 국가 및 영토에서 1999건의 보건체계 (보건인력, 환자, 병원, 보건소 등)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약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수많은 활동을 하고 도움의 손길을 펼쳤습니다. 먼저 튀르키예 지진 상황에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Korea Disaster Relief Team, KDRT) 152명을 파견해 구조와 치료를 도왔습니다. 2007년 설립된 KDRT는 이후 지난 16년간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등 많은 나라에 파견되어 시민 구조 및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케냐, 파키스탄, 에콰도르,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건 분야로 제한해서 보면 우크라이나의 재활치료와 결핵치료 역량강화, 의료재원 및 건강보험 도입 사업, 팔레스타인의 재활의료와 정신보건 강화 사업 등을 진행하며 직,간접적으로 재난 피해를 입은 나라를 돕고 있습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5. 2024년을 시작하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던 지난 한 해였습니다. 그러면 2024년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아직도 수많은 전염병이 있고, 기후는 계속 악화하며, 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항생제 내성, 인수공통감염 등 범분야적 문제 역시 증가, 확대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을 줄어가는 인력과 상승하는 비용으로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몇 가지의 답은 있습니다. 먼저 백신입니다.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인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이며, 가장 적은 인력과 비용의 투입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감염병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COVID-19의 여파로 지난 몇 년간의 소아 백신 접종률은 정체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백신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할 것입니다.

2024년 9월에는 항생제 내성(AMR)에 관한 UN 총회 고위급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항생제는 사람뿐 아니라 농축산업에도 두루 쓰이는데, 무분별한 사용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킵니다. AMR은 감염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들고 심각한 질병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9월 회의를 통해 회원국들은 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입니다. (참고:🔥vol. 151🍟 소리 없는 위협, 항생제 내성)

2024년은 또 지난해에 이어 AI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 의료 시스템은 비용 절감, 치료 접근성 향상, 숙련된 인력 부족 등 지속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AI 및 기타 기술은 환자와 보건 인력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고 관리 및 치료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며 보건의료 인력이 행정을 넘어 기술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프로세스의 간소화는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024년에는 국제보건 분야가 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나라 하나, 단체 하나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닐 것이고요. 국제적인 협력과 지속 가능한 보건 시스템 구축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적 협력을 통해 보건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 및 대응을 할 수 있는,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세 줄 요약

#1.

2023년에는 많은 감염병 종식, 기후와 보건의 중요성 제고,

긍정적인 보건 성과와 자연재해와 인재로 인한 질병 창궐과 부상 등

부정적인 상황도 많던 복합적인 해였습니다

#2.

2024년은 이전부터 해결해오던 문제와

새로 발생할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하는

보건 시스템의 힘과 탄력성을 크게 시험받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3.

한 나라나 단체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모두가 협력해서 더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올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나

by 핑키

이젠 추억이 된 기후환경 사업 아이템 '빗물맥주'. 맛있어서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

처음 프리랜서를 시작할 땐, 스스로 돈을 벌고 싶었다. 월급 말고 매출로서. 이 목표는 나의 국개협 첫 커리어였던 현지 파견 생활 동안 삼은 것인데, 그 계기는 내가 맡은 사업이 지역 주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획한 미소금융(Microcredit)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1, 2년 차를 보내는 주니어로서 프로젝트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졌다. 스스로가 일을 굉장히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매우 답답하고 불쾌했는데, 물론 사업을 끌어갈 만한 연차가 아니었고 홀로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는 외로운 환경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이 일을 할 마음을 먹은 사람으로서 이는 꽤 말이 되는 핑계거리였을 뿐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곰곰이 따져봤다. 나는 왜 일을 못하는가. 그리고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즉, 돈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었다. 20대 내내 편의점, 웨딩홀부터 시작해서 출장부페, 프린터 공장, 자동차 공장, 학원 등에서 일하며 알바비, 월급으로 열심히 살아봤지만 따지고 보면 나만의 유무형 어떤 것과 자본을 교환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 경험이 있는 20대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마는 어쨌거나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했다. ‘돈도 만들어본 적 없는 나 같은 애송이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소득증대라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창업을 꼭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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