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51🍟 소리 없는 위협, 항생제 내성

2023. 8. 14.

vol.151 - 2023년 8월 셋째 주

오늘은 광복절 7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축하하는 날이지요.

국제개발협력 분야 특성 상,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대한민국', '한국인'이라는 키워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떤 국가, 어떤 지역에서는 '나'라는 개인이 한국을 대변하기도 하고,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문득 여러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78년 후, 미래세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해서요. 적어도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겨주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쩌면 국개협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말라, 라는 최태성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럼 의미에서 이번 광복절 주간에는 짧은 역사책이나 역사 동영상이라도 챙겨 보아야겠습니다.

78년 전,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주신 수많은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 오늘의 김칩

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보건 이야기/소리없는 위협, 항생제 내성
거기 어때?/ 너랑 나랑 노랑
국제개발협력 ON-AIR

소리 없는 위협, 항생제 내성

by 위스키

어릴 적,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이 써준 처방전에는 항상 항생제가 있었습니다. 1941년 페니실린 이후 수많은 질병의 완치가 가능해졌을 정도로 항생제는 현대 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불과 80년 만에 항생제 내성은 각종 감염질환의 치료를 방해하며, 이제는 전 세계 보건환경에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류 보건의 소리없는 위협,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항생제는 무엇인가

AMR을 이해하려면 먼저 항생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항생제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의 미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하며, 여러 분류로 나뉘는데, 항생제(Antibacterial), 항바이러스제(Antiviral), 항진균제(Antifungal), 그리고 항기생충제(Antiparasitic)가 여기 포함됩니다. 항생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매우 사소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망했습니다. 지금은 치료 가능한 폐렴, 결핵, 설사, 등이 대표적이며, 또한 영유아, 산모의 경우 출산중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나, 가벼운 상처를 소독, 살균하지 못해 염증이 번져 사망하는 사례도 매우 잦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항생제로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Penicillin)과 결핵치료에 사용되는 리팜피신(Rifampicin), 마데카솔로 잘 알려진 네오마이신(Neomycin) 등이 있습니다. 물론 페니실린이 가장 유명한 항생제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항생물질이 사용되었습니다. 전통의학에 기반한 항생물질의 사용이 약 2000년 전에도 있었음을 밝히는 연구도 있으며(Lindblad, 2008) 고대 누비아 왕국 (현 수단/이집트 지역의 고대왕국) 에서는 맥주를 통해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을 섭취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Armelagos, 2001).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벌꿀추출물 프로폴리스도 항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Wagh, 2013).

AMR은 무엇인가

하지만 항생제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각종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가 약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내성은 질병의 효과적인 치료를 막고, 결국 세균, 바이러스가 대중에 퍼지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기존 사용되던 항생제의 효과성이 감소하고, 이는 감염병의 치료 성공률을 감소, 때로는 불가능으로 만듭니다. 때문에 AMR은 개인에게는 치료 난이도의 증가 및 이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 의료비용의 증가 등으로 이어지지만, 사회에도 감염병 통제 난이도 상승과 더욱 치명적인 질병의 등장, 사회적 통제/치료비용의 상승이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AMR의 여러 전파경로 (출처: Huijbers et al., 2015)

사람의 섭취만 통제한다고 끝날 문제도 아닙니다. 이미 항생제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내성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한 내성은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어오는데(Katael et al., 2020), 재밌는 예시도 있습니다. Leonard et al. (2018) 은 영국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총 273명을 비교했는데,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약 4배 이상 항생제 내성 대장균을 보유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바다에 녹아든 항생제 내성균을 파도타기를 하다가 흡수한 것입니다.

AMR의 심각성

Antimicrobial Resistance Collaborators가 2022년 란셋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Murray et al., 2022) 2019년 박테리아 AMR이 연관된 사망자가 495만 명이었고, AMR이 직접적으로 원인이 된(기여사망) 사망자는 127만 명에 달했습니다. 지역별 사망률은 사하라 사막 이남 서부 아프리카가 10만 명당 27.3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호주·뉴질랜드 포함 남태평양에서 10만 명당 6.5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신약의 개발도 부진합니다. WHO는 2019년 WHO 우선치료 대상 병원균을 위한 32개의 신규 항생제 개발을 확인했는데, 이 중 6개만이 혁신적(Innovative)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고품질 항생제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항생제 부족은 모든 중, 저개발국의 보건 시스템에 남아있는 문제입니다. 약에 대한 내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행동도 분명 있습니다. 항생제의 오남용, 깨끗한 물, 위생, 그리고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 부족(Water, Sanitation, and Hygiene, WASH), 미생물 감염 및 질병 예방과 통제의 미흡, 약물, 백신 및 진단 기술에 대한 낮은 접근성,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관련 법률과 정책의 부재 및 미이행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대응 방법

인간 뿐 아니라 땅과 물을 넘나드는 항생제 내성이기에, 대응에도 다분야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원 헬스(One Health) 는 인간, 및 동식물 보건, 식품 및 사료 생산, 환경과 관련된 여러 부문과 이해 관계자들을 모아 협력하고 소통하여 더 나은 보건 결과를 달성하려 합니다.

국제기구 및 One Health 단체가 설명하는 One Health의 정의 (질병관리청, 2018)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에 대한 정확한 감시체계 역시 필요합니다. 무엇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앞으로 생길 내성도 파악이 가능합니니다. 이를 위해 WHO는 2015년 글로벌 항생제 내성 및 사용 감시 시스템(Global Antimicrobial Resistance and Use Surveillance System, GLASS)을 출범하여 국가전략, 정책 수립에 도움을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GLASS는 항생제 내성과 사용 감시, 식품업 및 환경 내 항생제 내성 데이터를 통합하도록 구상되었으며, 국가 데이터 수집, 분석, 해석 및 공유에 대한 표준화된 접근 방식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발생할 내성에 대비한 신약의 연구, 개발도 필요합니다. 적절한 예방, 치료를 위한 약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치료가 실패하고, 감염을 우려해야 하는 수술의 위험도도 매우 증가할 것입니다. 때문에 WHO는 신규 항생제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17년 우선치료 대상 박테리아 병원균 목록, 2022년 진균 목록을 발표했고 매년 항생제 개발 파이프라인을 검토하며 목록 대비 진행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역할

우리 개개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결국 약의 섭취는 내가 하고 내성도 내 몸 안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올바른 지식과 활용법을 알아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합니다. 임의로 약의 복용을 멈추면 균이 살아남아 내성을 띄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처방에 없는 항생제를 임의로 구매하여 복용하면 안됩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이 항생제를 구입하여 과소, 또는 과잉 복용을 하면 균의 내성은 물론 몸에 그 이상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염되지 않는 것입니다. 주위 환경을 청결히 하고, 적절한 예방수칙을 지킨다면 항생제 복용이 필요한 상황을 원초적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 (국경없는의사회)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숙제입니다. 또한 하나의 약이 아닌 다수 약에 내성을 가지는 소위 슈퍼버그(Super Bug)역시 미래에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인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유효한 세상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 개인부터 국제사회까지 모든 인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 줄 요약

#1.

항생제 내성은 매년 수백만 명의 피해자를 만들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위협'입니다.

#2.

의료계 뿐 아니라 농업, 축산업, 어업 등
다수 업계의 무분별한 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가속합니다.

#3.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부터 국제사회까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갬동맛🍟에세이] 너랑 나랑 노랑

by 개발새발

현장 모니터링에서 사업 참여자를 만나는 일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만남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된다. 사실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기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국제개발협력 기관만의 욕심은 아니다. 우리 기관의 이름을 사업참여자에게 각인하고 싶어 하듯이, 그들 역시 자신의 상황을 강렬하게 우리에게 알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가끔 모니터링 활동이 불행 배틀이 되어버리거나 일부러 자신의 처지를 더욱 가난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더 기억해 주겠지, 이만큼이나 가난하다고 말하면 나부터 지원해 주겠지. 심지어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족보가 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기억하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기억되려고 하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노란 머리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멋대로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을 생략해 버렸다. 멀리서 내가 나타나면 먼저 손 흔들며 반겨주는 그 모습에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모니터링 설문 조사라는 것도 잊은 채 떠들다 보면, 이제 이 안에는 가장 진실한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모니터링이 아닌 게 되었을 때 비로소 발견되는 것. 누구도 기억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누구도 기억되려고 하지 않지만 정밀하게 설계된 설문지 안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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