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수단은 이집트, 에티오피아, 남수단 등과 국경을 접하며 아프리카 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국가 대부분은 쿠데타와 독재정권 등 끊임없는 갈등 상황에 놓여 있으며, 한 국가가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하면 인근 국가에서 국경을 넘어 분쟁과 충돌을 일으키도 합니다. 

지난 1955년부터 여러 차례 내전과 쿠데타를 겪으며 몸살을 앓던 수단도 예외는 아닌데요. 수단은 1955년까지 이집트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안타까운 역사를 거쳐 독립 과정에서 북부와 남부 간 정치ㆍ종교ㆍ민족 갈등, 그리고 이해관계를 가진 주변 국가의 이권 다툼 등으로 첫 번째 내전(1955-1972)을 겪었어요.

이후 북부와 남부가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1972년 대통령에 취임한 가파르 니메이리가 이슬람주의를 확대하자 이슬람교 중심의 북부와 기독교와 토속신앙을 믿던 남부 사이에 또다시 마찰이 빚어졌고, 유전 문제까지 얽혀 두 번째 내전(1983-2005)으로 이어졌어요. 두 차례의 내전 끝에 2011년 수단 남부자치구역이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 이하 ‘남수단’)’으로 독립하면서 수단(수단민주공화국)과 남수단이라는 두 나라로 분리되었습니다.

수단에서 일어난 이번 무력 충돌 사태의 배경에는 정치세력 간의 다툼이 있어요. 198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이하 '알바시르') 수단 전 대통령은 30년간 독재정권을 유지하다가 반정부 시위와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쿠데타에 의해 2019년 4월 사임했어요. 그러나, 알바시르 축출 이후 압델 파타 알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 이하 ‘알부르한’)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Mohamed Hamdan Dagalo, 이하 ‘다갈로’)의 지휘 아래 있는 준군사무장조직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 RSF)이 향후 통치 방향이나 군사 합병 등의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어 결국 이번 사태가 발생했어요. 

거버넌스 취약성이 인도적 지원에 미치는 영향

무력 충돌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수단의 모습

(출처: 세계일보)

이번 내전으로 수단에서 자국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까지 민간인 264명을 포함해 약 420명의 사망자와 3,7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어요(CNN, 2023). 이번 사태를 보며 비폭력 거버넌스가 취약한 국가에서 인도적 지원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이 드는데요. 수단의 반복되는 내전과 쿠데타는 분쟁지역에서의 인도적 지원이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수단은 연이은 내전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졌고,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 실향민이 급증한 상태였는데요. 특히 화폐 가치 하락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식량 수입이 제한된 시점에서 발발한 쿠데타는 수단의 경제 상황을 더욱 밑바닥으로 치닫게 했죠. 오랫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비폭력 거버넌스 구축이 불투명해지면서 대(對) 수단 인도적 지원에 대한 피로가 나타나고 있어요. 현장에서 구호 요원이 희생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할 만큼 위험한 상황 역시 민간 단체를 포함한 개발협력 주체의 적극적인 개입을 막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내전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국민이에요

(출처: Human Rights Watch)

그동안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을 포함한 여러 공여국은 인권 수호와 전쟁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주력해 왔는데요. 수단 정부의 민주주의 정권 확립이 요원하거나 불법적인 방식(폭력, 반란 등)으로 대통령이 선출되는 일이 계속된다면, 공여국은 인도적 지원의 효과성 문제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지원을 축소할 우려가 있어요. 취약한 거버넌스로 인해 지원이 적절하게 전달 및 운용되지 않는다면 수단 내 인도적 지원의 체계 자체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수단에서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종교적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원칙적으로 정치적·종교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완벽히 배제되긴 어려운데요. 수단은 국가적으로 이슬람 색채가 짙어 인도적 지원의 주요 공여국인 서방 국가들과 관계가 썩 좋지 않았어요. 미국도 2017년에 들어서야 수단에 대한 경제 제재 대부분을 해제했지만, 아직 호의적인 시선으로 수단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에요.

수단의 문제는 수단만의 잘못일까

튀니지 혁명 당시 시위대 속 소녀

(출처: Flickr)

튀니지 혁명을 수단 사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수단 정부는 지도자층을 중심으로 비폭력 거버넌스와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확립함으로써 인도적 지원을 개선하고, 내전을 방지하며,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해야 해요. 국제사회는 수단에게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의 도입을 위한 프로그램 및 기술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고요. 구체적으로는 수단의 맥락을 고려한 복구, 인프라 개발, 교육, 직업훈련 등의 인도적 지원이 필요해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는 갈등과 아픔에 놓인 수단. 그들에게 평화라는 무지개가 드리울 날이 올까요?  

파견지에 온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고 말하면 다들 ‘베트남은, 하노이는 어떠냐,’ ‘외롭지는 않냐,’ ‘잘 지내냐,’ 등의 질문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mm… Good!”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전 파견지와 달리 수도에 있는 국가 사무소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목소리를 담아가기를 기대한다.

영화나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국개협 분야에 대한 내 초심은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최대한 편하고, 재밌고,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는 데 있었다. 하지만 초심은 변했다. 현장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제자를 가르치고, 곁가지 사업들을 진행하며 흔들렸으며,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시는 사람들을 보며 쪼개지고 재결합되기도 했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당신의 초심은 안녕하신지요. 국제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같나요? 지금의 선택에 후회는 없으신가요?